나는 안 괜찮다.
너의 괜찮다는 말
나는 안 괜찮다.
“이제는 괜찮아요. 지난 몇 달 정말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많이 힘들었을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가 반복적으로 말하는 ‘괜찮다는’ 말이 거슬렸다.
(뭐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달려들어 섣부른 질문이나 조언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가 말을 멈추고 물었다.
“그냥 이렇게 제 이야기 떠들면 되는 건가요? 뭔지 잘 몰라서요. 회사에서 코칭받으라고 해서 들어오긴 했습니다.”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와 진행 과정을 설명해 주긴 했지만, 그는 여전히 어색해했다.
“네. 하고 싶은 이야기 하시면 됩니다. 회사에서 코칭을 받으라고 해서 기분이 나쁘셨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답했다.
힘든 한 해를 보냈고, 지금 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 같아 확인 차 질문을 던졌다.
“회사에서 감시 차원으로 코칭을 시키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보통은 성과개선계획(Performance Improvement Plan)을 적용하죠. 코칭을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회사가 비용을 들여 관리하지 않아요. 코칭은 성장을 위해 인재를 관리하고 필요한 것을 해 주고 싶어서 제공하는것이 맞습니다. 맞춤형 개인과외 같은거랄까... 회사가 투자하는거에요. 본인에게요. 제 설명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돈 써서 관리받는 대상’이라는 말에 그는 어깨의 힘을 빼며 안심하는 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었다.
“제가 말 주변이 좋지 않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작년에 비해 많이 안정되어, 저도 괜찮아졌어요.”
그는 다시 괜찮아졌다고 말했지만, 내게는 ‘아직도 미칠 것 같다’고 들렸다.
“그러시군요. 많이 나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 오늘 세션은 어떻게 끌어가 볼까요? 마음속에서 거슬리는 것, 고민되는 것을 이야기해 보고 싶은가요?”
열린 질문을 해야 하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거리를 두는 것인지, 그냥 멀리 있는것인지 모를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확인되지 않은 직감이었지만, 그 직감을 외면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본인은 괜찮다고 말할 뿐이었다. 누구에게도 이것까지 말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곧이어 세션 종료 알림이 떴다. 그는 곧 출장이 계획되어 있고, 바쁜 일정이 이어질 거라며 로그오프 했다.
***
그가 남긴 말들 —
자존심을 지키느라 지금껏 버텨왔다.
목표한 바를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본인 일이니 본인이 다 책임져야 한다.
힘들어도 정신력과 체력으로 버텨내야 한다.
전혀 괜찮지 않으면서 괜찮다고 말한 말들이 남았다.
***
“시간 날 때… 세션에 들어오세요. 저랑 그냥 얘기해요. 꼭이요!”라고 남겼다.
스스로 멈추고 돌아볼 준비가 될 때까지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다. 그나마 숨이라도 조금 편하게 쉬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
여러분, 멈추어야 할 때를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저도 매일 달리느라, 알람을 맞춰놓지 않으면 숨 넘어가는 줄 모르고 달립니다.
숨을 헐떡이며 살고 싶지는 않은데, 참 쉽지 않네요.
정말 큰일입니다.
숨은 편하게 쉬기로 해요, 우리.
응원합니다!
사람과 문제 사이, “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 속에서
“생각 리터치”로 조금 다른 각도로 사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프로 코치로서, 생각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더 많은 “낀 자”에게 닿기를 소원합니다.
생각이 잠시 머무는 곳,
오코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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