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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와 함께...

"아니되옵니다."

by 오 코치
상사와 함께…
“아니되옵니다.”



“조직문화 활성화와 재미를 위해 제가 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코치님?”


팀장들의 팀장인 그가 조금은 신이 나서 물었다. ‘참 좋은 생각이세요’라는 동의나 긍정을 기대한 표정이었다.

“오, 어떤 아이디어가 있으시길래요. 말씀해 보세요!”


(의심스러운데… 왜 신나신 거지?)


“팀장들과 미팅을 했어요. 이런저런 교육 과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또 즐겁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아서 결정해 보려고요. 팀장 중 한 명이, 교육을 잘 받고 결과물이 좋으면 저랑 근사한 저녁을 먹는 자리를 마련하면 좋겠다고요. 칭찬과 격려의 말도 해주고요.”


(헛. 수상한 스멜이 스멀스멀)


“아, 그러셨군요. 저녁 자리 제안한 팀장이요. 그가 팀장들 중에서 제일 아끼시는 팀장인가요?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와, 어떻게 아셨어요? 네. 제가 제일 눈여겨보고 있는 팀장이에요. 일도 잘하고요.”

(그러게요. 제가 어떻게 맞췄을까요?… 아이고.)


“그럼, 그 팀장이 제안한 대로 잘하는 팀은 모아서 맛있는 거 먹는 자리 마련하는 것으로 결정하신 건가요? 굳이 이 이벤트를 언급하신 이유가 있으세요?”


“아, 아직 결정은 안 했어요. 코치님은 무언가를 독려할 때 어떤 것들을 하셨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여쭤보고 싶었어요. 다들 좋아할까요? 우리 팀장이 얘기한 것처럼요.”


“다들 좋아할까 의문이 드세요?”


“네, 언급하시니 살짝 걱정되기도 하네요.”

(본인도 알고 계시면서, 하 그 참.)


“계속 질문으로 스스로 답을 찾아보시겠어요? 또는 그냥 경쾌하게 이 상황 정리해 드릴까요? 원하시는 대로 해드릴게요. 흥미로운 이벤트라서 조금은 쉬운 경로로 선택권을 드립니다!”


그가 그냥 답을 말해 달라고 두 손으로 받아 드는 모양을 했다.


“흠. 어디 보자.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가장 큰 충격을 받으시려나…. 흠흠.”


당연히 조금 놀려주어야 했다. 팀장들의 팀장인 본인이 참여하는 것이 ‘좋은 상’이라고 생각하는 그가 나의 ‘짓궂음 버튼’을 작동시켰다. 그리고 귀여우셨다.


“자, 더 좋은 아이디어를 드릴게요. 본인이 참여하는 맛있는 식사 자리, 너무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꼭 진행하면 좋을 거 같아요. 식사는 결과물이 제일 섭섭한 팀과 함께 하시면 그 자리가 더욱 빛날 것 같습니다. 길고 긴 조언도 해주시고요. 응원도 해주시고요. 그들이 참된 깨우침을 얻을 거예요. ‘열심히 하라’고 할 때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치도 높아질 거고요. 그리고, 좋은 성과를 만든 팀에게는 그에 합당한 상을 줘야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 시간과 원하는 것을 먹을 수 있도록 회비 지원 같은 거요. 본인의 부재 타임이요.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상황입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아 정말. 너무하십니다, 코치님. 제가 그렇게 그런 존재일 줄이야. 그런데 정답은 맞습니다. 그렇죠. 제가 벌칙이죠. 상이 아니라. 하하하하하. 하 정말. 이거 제안한 그 팀장… 가만히 안 두겠어요.”


( 윗사람은 함께하면 매우 부담스러워요!!!)


***


이와 같은 상황을 고민하는 윗분들의 어젠다가 요새 유난히 잦다. 성과평가가 끝나고 활성화에 불을 지펴 새로운 한 해를 달려야 하는 리더들의 조바심과 책임감이 만들어내는 바람 소리다.


***

팀원 여러분, 제가 불편한 회식은 막아 드렸습니다.
(정말 여러 번 막았습니다!)


좀 답답하고, 까칠하고, 잔소리 많은 윗분과 일하고 계셔도 잘 봐주세요.
성가시고 수고스러운 거라 돈 받고 하는 거잖아요. 여러분도, 그분도요.


잘하려 해도 잘 안되고 힘들다고 그분 탓, 회사 탓은 하지 말기로 해요.
대신, 어디에서 부침이 생긴 건지 탐구해 보기로 해요.

성장까진 아니더라도, 마음은 괜찮아야 하니까요.

마음의 평화는 중요합니다.


***

제가 윗사람이었을 때 생각해 보니,
하아.
아찔하네요...


저와 함께했던 모든 팀원 여러분, 잊어주세요.
잊히지 않는다면 조금 희미하게만 기억해 주세요.


만회하려고, 제가 윗분들 막았다고 하지 않습니까.
봐주십쇼!


오늘도 미안한 마음 가득한 오코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막고 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계속 더 잘하겠습니다!

이만 총총.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사람과 문제 사이, “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 속에서

“생각 리터치”로 조금 다른 각도로 사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프로 코치로서, 생각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더 많은 “낀 자”에게 닿기를 소원합니다.


생각이 잠시 머무는 곳,

오코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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