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마음사이
아무것도 모르겠다.
생각과 마음사이
각별히 신경을 쓰고 들어온 고객이었다.
준비된 프로파일에 표기된 숫자가 시선을 끌었다.
낮았다. 매우.
다루어야 할 어젠다가 많았다. 대부분의 어젠다는 크게 여덟 개 정도의 큰 카테고리에 해당했다. 그리고 각각의 카테고리마다 4~5개의 서브 주제로 나뉜다.. 그는 나누고 싶은 주제들을 설명했다. 하아. 각 항목의 주제가 하나도 빠짐없이 걸려 있었다.
아주 가끔 그런 고객을 마주치게 된다.
(정. 신. 모. 아. 라. 오. 코. 치.)
호흡을 가다듬었다.
“다양한 상황을 겪고 계시네요. 답답하시죠? 한 번에 다 이야기하는 건 불가능하니, 조금 가볍게 시작해 볼게요. 본인에게 즐거움이나 챙겨주는 게 있으신가요?”
문제 속에서 시작하기보다 마음의 무게를 조금 덜어낸 상태에서 시작해야 했다. 지체 없이 그가 대답했다.
“로또를 사요. 요새 다시요.”
(하핫)
나는 기대 반, 염려 반이 교차했다.
“오. 그러시군요. 액션이 중요하죠. 실행이 있어야 결과도 나오니까요. 좋은데요! 로또 당첨 희망 금액이 얼마세요?”
“20억요.”
“본인에게 10억 현금이 있다면 무엇을 하시겠어요?”
“20억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왜 10억이라고 하세요?”
(…)
“네. 제가 10억을 예로 들었어요. 세금 제하고, 실수령액을 보수적으로 잡으면 그 정도 현금이지 않을까 해서요.”
“엥? 세금요? 아… 그렇구나.”
세션 종료까지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마음이 어지러우니 서두르는 마음에 시간을 확인한 것이다. 동시에 고객에게는 유감이고 미안했다. 내 방정맞은 생각들이 이미 선입관으로 마음을 채워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너무 바쁜 일상을 살고 있었다. 책임져야 할 일과 가족이 있었고, 그래서 몸과 마음을 태워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그게 전부가 아니길 바라지만, 나는 이미 그를 섣불리 규정하고 있었다.
그래도 다시 물었다. 그 현금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의 대답은 소비였다. 사고, 쓰고, 또 사고, 또 쓰고…
그가 그 현금을 모두 소진하는 데는 채 오 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또 물었다. 돈을 소비해서 없어지게 하는 것 이외 해 보고 싶은 것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생각해 보적이 없다고 했다.
…
***
물론 상상하는 것이다.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상상이라도, 정확하게 안다면.
아주 사소한 기대나 목적이라도
정확하게 안다면…에 관한 것이다.
과녁을 정조준해 화살을 쏘아도 명중 확률은 올림픽 대표 선수처럼 셀 수 없는 시간을 연습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까만 밤하늘 아래 보이지 않는 과녁을 향해 화살을 쏘는 모습을 다시 보게 되자, 나의 마음이 무너졌다.
그래서 유감이고 미안했다.
마음을 쓸쓸하게 했다.
***
매일 이루고자 하는 것을 정확하고 선명하게 정하고 실천하면 좋겠다. 모두가.
강요할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 스스로 이미 그렇게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볼 마음이 들도록 계속 함께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는 고객들이나 주변을 보면 내 마음이 먼저 어지럽다.
그 어지러움을 덜기 위해 연습한다.
***
아주 작은 것들:
웃기.
상냥하기.
어깨 펴기.
물 마시기.
읽기.
쓰기.
관찰하기.
호기심 갖기.
그런 것들이다.
같이 해요.
혼자라면 재미없네요…
(으, 오늘 웃을 일이 없어서 안 웃었네. 어쩐지 거울 보니 어제보다 못생겨 보이더라니… 자기 전까지 뭐라도 해서 웃어볼게요. 여러분도요!)
사람과 문제 사이, “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 속에서
“생각 리터치”로 조금 다른 각도로 사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프로 코치로서, 생각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더 많은 “낀 자”에게 닿기를 소원합니다.
생각이 잠시 머무는 곳,
오코치 드림
#생각의_잔상 #오늘의_사유 #감정의_기술 #직장인_리셋 #공감_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