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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상가 J Apr 16. 2020

넌 언제나 나를 찾아줬어

나를 찾아주는 이가 참 고맙다

나이를 먹을수록 괜히 서운하고, 아쉬워지는 게 하나 있다면... 친한 친구들이 결혼을 하는 것! 친구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이냐 하겠지만... 어쩐지 내 친구를 뺏긴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꽤 오래전 베스트 프렌드가 결혼을 했던 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괜히 눈물이 났었는데, 아마도 결혼을 하기 전처럼 자주 함께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듯, 결혼 후 아이를 둘이나 낳은 그 친구와는 1년에 2-3번 정도 만나고 있다. (사실 두 아이의 엄마 치고는 자주 만나는 거지만 그래도 허전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나라는 사람의 성향이 그렇다.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걸 다 퍼줘도 아깝지가 않다.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내 시간, 에너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그래서 정신없이 살다가도 친구들에게 한 번 더 연락하고,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 건강 챙겨가며 일해."

"꿈에 언니가 나왔어. 되게 보고 싶더라."

"빨리 봐야 하는데, 사는 게 왜 이렇게 빡빡하냐."


물론 나이가 들면서 내 시간이 더 소중해지고, 과거에 비해 주변 사람을 챙기는 에너지가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누가 더 소중하고, 누구와 더 돈독하게 지낼지 나도 모르게 가늠하게 된다. 100%였던 우정 레이더망은 어느새 60% 정도로 줄어들었다. 슬프지만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 현실이 그러하다.


대학교 때부터 항상 내 고민을 들어주던 언니가 있었다. 언니는 20대 때 내가 정말 많이 의지하는 사람이었다. 고작 1살 차이었지만 나보다 훨씬 어른 같았고, 학점, 학회, 연애, 인생 등 모든 고민을 다 털어놓고 이야기해도 척척박사처럼 나에게 해답을 알려주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같은 과를 졸업했지만, 다른 길을 걸어갔고, 대학 시절부터 연애도 멋지게 해내던 언니는 다정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언니는 결혼, 출산 여부와는 상관없이 커리어를 쌓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언니의 삶은 힘겨워 보이기도 했지만, 내가 바라보기에는 멋짐에 가까웠다. 삶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기에 그저 닮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몇 해 전 언니를 만났던 날,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고속 터미널에서 만난 우리는 언니의 둘째 아이와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언니는 밥을 시켜놓고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한참 애를 먹었고, 우리는 의도치 않게 교대로 밥을 먹으며 따로 또 같이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후식으로 차를 마시며 우스갯소리를 주고받던 중, 언니가 말을 꺼냈다.


"이 말 한 적 있나. 나 너한테 되게 고마웠다?"

"뭐가?"

"너는 내가 잘 나갈 때나, 힘들 때나, 그 어떤 순간에도 나를 찾아줬어. 그게 너무 고마워."

"갑자기 무슨 말이래."

"사람이 그렇잖아. 내가 반짝이는 순간도 있고, 위태로운 순간도 있고, 외로운 순간도 있고... 아무리 친구여도 모든 순간을 함께해주진 않거든. 근데 넌 언제나 똑같이 나를 찾아줬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니까 그게 너무 고맙더라고."


언니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여기서 울어버리면 괜히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싶어 별소리를 다하네,라며 아이랑 놀아준다는 핑계로 시선을 돌렸다. 친구니까 당연하게 했던 내 행동들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도 있다니. 조금 놀라기도 했고,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던 것 같다. 그 후, 나이를 먹을수록 줄어드는 에너지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모두를 챙기지 못하는 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언니의 그 말이 떠오른다.


요즘 내가 그 생각을 한다. 내가 어떤 자리에 있든, 어떤 상황에 처하든, 나를 찾아주는 이가 참 고맙다. 그저 안부를 묻는 것뿐이지만,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것보다 더 한 위로는 없다고 느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위로가 되어주는 당신들에게 마음으로나마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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