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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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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영 Aug 04. 2021

백수가 자랑입니다

시사 프로그램 ‘실화탐사대’가 전형성을 극복하는 방법

 ‘감성’이라는 말이 인기인 요즘이다. 그리고 그 감성 열풍에 브이로그는 빠질 수 없는 소재이다.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인 브이로그는 한 마디로, 영상으로 기록하는 일기라고 할 수 있다. 유튜브 어플을 켜면, ‘감성적’ 공간에서 ‘감성적’ 식사를 하고 ‘감성적’ 일상을 보내는 사람의 영상이 가득하다. 

 그러나 이와는 정반대로 ‘노 감성’을 지향하며 특별함을 보여주는 브이로거들이 있다. 바로 ‘백수 유튜버’들이 그 주인공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일상으로 구독자를 사로잡는 일반 유튜버들과 달리, 백수 유튜버들은 꾸밈없고 솔직한 삶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사실, 나와 같은 MZ 세대에게는 이러한 솔직함이 크게 유별나게 느껴지지 않는다. 거침없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고 소통하는 백수 유튜버들이 별 이상할 것 없어 보인다는 뜻이다. 그 때문에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을 선정해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실화탐사대’에서 왜 백수 유튜버를 소재로 선정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여타 유튜버들과 같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백수 유튜버들, 왜 이들의 이야기는 ‘실화여서 특별한’ 이야기로 뽑히게 되었을까?          



개개인의 목소리는 어떻게 사회의 소리로 변화하는가 

 백수 유튜버의 솔직함과 꾸밈없는 일상이 누구에게나 곱게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기성세대는 ‘백수가 자랑이냐’라는 식의 핀잔 섞인 반응을 보이며, 백수 브이로그를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나, 엄청난 속도의 경제 발전의 주역 역할을 했던 기성세대에게, 백수의 외침은 그저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수없이 경쟁에 내몰리며 아무리 스펙을 쌓고 아등바등 살아도 취업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청춘들에게 그들의 영상은 공감과 위로를 건네주기도 한다. 결국, 백수 브이로그는 단순히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측면을 넘어,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성공할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청춘의 외침을 전달함과 동시에, 누군가는 숨기고 싶어 하는 백수라는 타이틀을 당당하게 내걺으로써 직업의 유무가 그들의 가치를 결정지을 수 없다는 가치관을 내비치는 것이다.      

 그렇기에 백수 브이로그는 단순히 하나의 비디오 소재를 넘어, 세대 간 가치관의 차이를 보여주고 시대의 변화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 중, 유의미한 것들을 선정하여 보여주는 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 백수 브이로그라는 소재를 선정한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시사 프로그램그렇지만 결코 무겁지만은 않은.

 백수 브이로그라는 소재가 지닌 사회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시사 프로그램의 주제로 다루어지기에는 가벼운 측면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반적인 시사 프로그램은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될 만한 사건이나,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다루며 방송의 분위기 자체가 어둡고 무거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화탐사대’는 기존의 시사 프로그램과 달리 무겁지만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 외에도,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다양한 주제들을 시사 프로그램의 범주로 포섭하는 데 성공한다. 특히, 전문 아나운서나 시사 전문가가 아닌 예능인 신동엽을 MC로 앞세워, 지루하고 심각한 방송이라는 시사 프로그램의 편견을 지우면서도, 김정근, 강다솜 아나운서의 백업을 통해 방송의 분위기가 가벼워지는 것을 막는다.         

 기존의 시사 프로그램과 다른 연출 역시, 본 프로그램의 차별점 형성에 큰 몫을 한다. 특히, 백수에 대한 편견을 설명함에 있어 유명한 MBC 코미디였던 ‘거침없이 하이킥’의 인물 중 백수로 설정되었던 정준하의 영상을 자료 화면으로 활용하며 주제에 대한 친근함을 높인다. 또한, 백수에 대한 기성세대의 의견을 설명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견해차나 세대 갈등을 무척 심각한 문제로 묘사하거나 은폐하기보다는 솔직한 반응을 그대로 담아낸다. 여타 프로그램에서 의견 차이를 부각하기 위해 부정적 단어를 강조하는 식의 자막을 쓴다거나, 특정 리엑션을 반복하는 식의 연출을 보여주는 것과 대조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실화탐사대’는 시사 프로그램이라면 지루하고 무겁다는 편견을 극복함과 동시에, 백수 브이로그라는 가볍고도 심오한 주제를 성공적으로 그려낸다.      

 종래의 시사 프로그램은 늘 이해보다는 날카로운 지적, 친근한 분위기보다는 진중함과 무거움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가곤 했다. 그러나 ‘실화탐사대’는 이러한 벽을 과감하게 허물고 시사 프로그램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지적과 비판만이 정답은 아니며, 사회를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형태와 그 나름의 가치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한 점에서 ‘실화탐사대’의 ‘백수 브이로그’ 에피소드는 실화탐사대만의 특색을 가장 잘 보여준 프로그램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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