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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Dec 25. 2023

프로중도하차러

나는야 프로중도하차러

나는 프로 중도하차러.

기원의 발단은 약 만 5세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유치원을 다니던 나에게는 친구들이 하는 모든 것을 같이 하고싶은 나머지 갖은 학원을 맛만보았다.

태권도를 시작해서 피아노, 미술, 논술, 보습학원 등등 다양한 방과후 학습을 마주하였지만 나에게는 뼛속부터 기질적으로 시작을 하면 끝을 맺을 수 없는 아주 큰 단점이 있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20살 대학생이 되자마자 계획했던 것이 3학년쯤 한번 휴학하고 해외로 대외활동을 가야지 라고 생각부터 하였다. (물론 무산이 되어 아주 착실하게 학기를 보내게 되었다.) 인생에 커다란 계획없이 살다가 학부 2학년때 A연구실에 학생연구원으로 이름을 올렸다가 3학년때 다른 교수님 눈에 띄어 B연구실로 이적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21살 22살 짜리가 연구실에 있는다고 무슨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배신자 소리까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찌보면 이것도 중도하차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B연구실에서 학부생활을 하다가 정신차려보니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석사 졸업이야 학생이 하나뿐이었던 지도교수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신 덕분에 잘 기억이 안날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갔었던것 같다. 논문 마감을 하고 내가 쉬는 꼴을 못보는 엄마에게 등 떠밀려 공채 시즌도 아닌데 최업시장으로 나가게 되었고 내 인생 첫 회사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학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면 어른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는 그냥 주변사람들에게 영향을 맍이 받는편이었다. 우산이 되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같이 일하던 사수가 그만두고 나서 같은 직급으로 다른 상사가 오게되었는데 그 양반은 나에게 지붕이 되어주기는 커녕 내가 그 양반의 지붕이 되어주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렇게 1년여를 버티다가 회사를 2년 6개월만에 중도하차하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이왕 석사까지한거 박사를 한번 도전해보자. 나에게는 하고싶은 연구주제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관심있는 분야가 있었기 떄문에 안일하고 쉽게 생각했다. 다행이 이 분야에서 제일 유명한 교수님이 계시는 학교에 박사과정으로 입학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수료하자마자 갇혀있고 고립되어있고 혼자가 된 기분이 싫어서 풀타임 박사에서 파트타임 박사로 전환하였다. 이것도 일종의 중도하차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박사과정을 수료까지만 마치고 중도하차하여 다시 회사에 입사하였다. 이 글을 쓰게된 이유가 여기서 시작된다. 서론이 길었지만 나에겐 중도에 하차하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이번회사에서도 만 2년을 채운 시점에 정말 팀은 너무 좋은데 윗 상사들이 귀닫고 자기가 하는 말이 무조건 맞다고 우기는 스타일이어서 지쳐버렸다. 그래도 이번 중도하차에는 사유가 있다. 나름 팀에서 에이스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책임감을 갖고 일했는데 너무 과했는지 불안 및 공황장애가 생겨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게 되었고 이를 치료하면서 기저에 깔려있던 우울과 ADHD 진단을 받았다. 어쩐지 내가 뭐 하나에 몰두를 못하고 금방 실증내는게 다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약을 먹으면서 7개월을 버텼는데 한계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회사에서 보낸 2년이 내 삶에서 가장 바쁘고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가장 성취감이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회사마저 중도하차를 하려 하는 이유는 하나이다. 이러다가 인생을 중도하차 하겠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아직 나는 젊고 가능성도 있고 해보지 못한 일이 산더미인데 이깟 회사가 뭐라고 내가 약까지 먹어가면서 버티고 집에와서 울고 잠도 못자서 수면제 처방도 받아가면서 다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7개월동안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약을 먹어가면서 정신 차리고 있는데 일은 점점 늘어나고 사람들은 나에게 바라는게 많고 나는 그 능력이 안되는데 결과를 도출해 내야한다는 사실이 엄청난 부담감과 자괴감을 가져왔다.


지금 또 회사를 중도하차 하려한다. 성인이 된 이후로 단 일주일도 쉬어보지 못하게 정신없이 살았던 것 같다. 중도하차라는게 환승할 곳을 알아보고 환승을 해야하기때문에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번 중도하차는 그냥 쉬어가는 시간을 좀 가지려한다. 나는 현재 나만 책임지고 살면되는데 원하는 직장이 안구해지면 뭐.... 어떻게든 문이 열리겠지. 뭐 계속 닫혀만있으면 그게 벽이지 문이겠나?라는 생각으로 내 인생에 쉼을 주기외해 중도하차 하려한다.


어감상 중도하차라면 끝마무리를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려한다. 내가 프로중도하차러이기 때문에 셀프방어를 하고있는건지 모르겠지만 중도하차 하기전 까지 최선을, 온 마음을 다해서 쏟아 낸 후 이만큼 했으면 나에게는 유의미한 결과였어. 지금 한걸음만 더 걸어가면 나는 쓰러질 것 같아. 하는 마음에 중도하차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핑계지만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고 발화하여 연소되어 재도 남지 않은 텅빈 상태인 것 같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비어있을대는 쉬어야 다시 시작할 힘이 난다. 다음에는 어떤 걸 중도하차할 지 모르지만 일단 이번에는 연료를 채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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