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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Dec 25. 2023

정신없이 보내는 하루의 즐거움

혼자서도 빙글빙글 정신없는 크리스마스

말도안되게 일찍 일어났다. 그냥 눈떳는데 새벽 4시였다. 미라클모닝 그 자체....

그냥 일어나서 갑자기 빨래를 정리하고 책상정리하고 누워있는데 잡생각이 너무 많이 났다. 회사를 금방 그만두게 되는데 그 이후는 어떻게 해야하지? 이사를 가야하는데 계약서에 문제는 없겠지? 내일 회사 출근하면 분위기는 어떨까? 이런 생각에 점점 기분이 침잠하는것 같아서 결단을 내렸다. 오늘 하루는 바쁘게 보내야겠다고.


일단 책 하나랑 다이어리 3개를 가지고 나갔다. 나는 쓰는 다이어리가 5개이다. 이것도 ADHD의 특징인가? 그래도 나름 아래와 같이 질서를 가지고 있다.


1. 일정기록(간단기록)

2. 일정기록(자세히 기록하고 스티커 덕지덕지 붙이기)

3. 하루 동안 기분 좋았던 일 적는 다이어리

4. 감정일기

5. 해야할 일 메모


이 중 1,2,3번 다이어리와 책 한권을 들고 집근처 카페를 갔다. 나가는 김에 빠르게 PT도 예약해서 아예 운동복위에 일상복을 입고 나갔다. 그렇게 다이어리 정리를 하고나니 어느정도 머리속도 정리가 된 기분이었고 오랜만에 방해받지않고 문학이 아닌 책을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다보니 창 밖에 눈이 소복히 쌓여있는데 배경이 식자재 마트였다. PT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 짐을 챙겨들고 식자재 마트로 갔다. 요즘 갑자기 신선식품이 그렇게 먹고싶은데 들어가자마자 딸기랑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딸기 가격이... 하지만 오늘은 크리스마스니까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딸기를 샀다.(물론 들고 헬스장에 가야하지만)


헬스장에 딸기와 다이어리 3개, 책 1권을 가지고 가서 옷을 갈아입고 운동을 했다. 문제는 운동이 끝날 무렵이 한 2시 정도였는데 여태 내가 아무것도 안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쩐지 어지럽더라니.... 쉬다 나온걸 안 선생님도 갑자기 난이도를 올리고 천국의 계단 형벌까지 내려서 집에 오자마자 녹초가 되었다. 그래도 끼니를 떄우고 바닥에 누워서 생각했다. 


의식의 흐름대로 돌아다녔지만 그래도 집에서 혼자 가만히 있는 것 보다는 덜 정신사나운 하루를 보낸 것 같아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나는 부정적인 것을 머리속에서 없애려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까지는 다른일로 바쁘게 지내는게 잡생각을 지우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아니면 괜히 기록을 자세히 하는 것도 방법인 듯 하다. 기록하는 것 그 자체에 몰두하여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에게는 기록이 취미이자 도피처이다. 아무 생각없이 쏟아내는 글과 시간계획과 별거아니었는데 좋았던 일을 적고 오늘 나의 감정에 몰두해서 감정일기를 적고 무리하게 내일 할일을 세우고 그것을 다 해내지는 못해도 어느정도는 할 수 있으니 소정의 뿌듯함도 생기는 것 같다. 그냥 사소한 일이어도 좋다. 오늘 내가 기분 좋앗던 일, 내 감정, 내 일정, 내가 해야할 일에 집중하여 우주의 중심을 나로 두는 날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곧 퇴사를 할 예정이다. 좋은 사람들과 일해서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그만둬야 한다. 잠깐의 휴식기간을 갖을 예정인데 그 휴식기간이 정말 아무것도 안하는 휴식기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또 무언가를 깨작깨작 적고있을 것이고 간만에 벽돌책도 한번 펼쳐는 볼 예정이며 괜히 빙글빙글 정신없이 돌아가는 짱구의 하루처럼 하루하루를 지나보내면서 내 입신양명에는 도움이 안되는 딴 짓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회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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