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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Dec 27. 2023

퇴사 예정자에게 인사고과란

뭐 어쩌라구용

퇴사일을 받아놓고 연말이 되고 내년을 위한 인사고과철이 돌아왔다. 나의 예상 퇴사일은 2월 29일이기때문에 인사고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간 고생한게 있어서 막 쓸 수는 없었다. 자기가 1년동안 한 일을 정량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었는데 정량적으로 표시하니 자가체점표에 100점이 뜬 것이다. 물론 정성적 평가가 들어갔으면 상사들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지 모르겠지만.....그 후 1차 인사고과담당자와 면담을 하는데 정말 니가 100점이라고 생각하니?라고 물으시길래 정성적인 지표가 없고 정량적인 지표로 봤을때 제 자기신고서에는 빈틈이 없으니 100점이라고 생각하나 정성적인 평가가 들어간다면 그 점수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라고 답했다. 내가 나에게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점수를 낮게 줄 이유가 없지않는가. 인사고과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보자고 마음먹었을때 나는 내가 퇴사예정자라 어떤 고과를 받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지난 그 1년동안 나의 성과를 무시하고싶지 않았고 나는 정말 치열하게 다른 사람보다 현저히 성과를 내었다. 그것에 대한 보상이 퇴사자에게는 의미가 없더라도 개인인 나에게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래도 이 회사에서 많은 성과를 냈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었다. 원래는 진급대상자이지만 그만둔다는 것에 주변사람들이 큰 우려를 표현했다. 하지만 나는 한계에 도달했고 번아웃이 뭔지 알았으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온 마음을 다 해도 되는일이 있고 안되는 일이 있고 내가 했어도 다른사람이 한 일이 되는 것을 알아버렸다. 리프레쉬가 필요하다. 나에게 이 회사가 주는 마지막 점수를 낮게 받고 싶지는 않았다. 


퇴사를 예정하고 나서 많은 면담을 진행했다. 그런데 인사고과 면담 시 갑자기 니가 잘못한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어떻게 사람이 잘못이 하나도 없을 수 있겠냐 근데 진심으로 본인들이 너무했다고는 생각안하는지 되물었다. 면담자가 대답하지 못하였다. 조금만 참으면 개선될 일을 너무 성급하게 그만둔다고 한 것 아니냐는 말도 덧붙였다. 내가 언제 어떤 시점부터 그만두고 싶었는지 모르는 입장에서 성급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어이없었고 지금 이 면담이 무슨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나는 이미 그만두기로 마음먹었고 사직서도 냈고 사직 이유도 건강상 이유로 돌려서 냈기때문에 별 이슈없이 퇴사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면담을 진행할 줄 몰라고 진짜 정내미가 떨어졌다. 도대체가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 그래서 뭐 어떻게 하라구요? 나는 그만 둘 건데 그게 무슨의미가 있나요? 로 끝나는 내용만 조목조목 물어보는데 답답하다는 생각을 했다. 


퇴사자에게 인사고과를 왜 100점을 줬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정량적인 목표에선 빈틈이 없었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나의 태도와 행실에 대한 척도가 없는데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리고 그 것을 물어보는 저의가 뭔지 알 것 같아서 너무 기분이 나빴다. 그러니까... 제가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둔다고 할때 가만히 퇴사 시켜주세요.. 저도 쌓인거 많습니다. 하나하나 꼬투리 잡기 시작하면 결론은 그래도 직급높은 사람의 말이 맞다는 결론으로 끝날거면서 뭘 자꾸 물어보는지.... 인사고과 그거 뭐 안좋게 나온다고 나한테 무슨 피해가 있다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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