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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Dec 28. 2023

원래 여자랑은 일 안한다던 팀장

죄송하지만 그것은 능력탓입니다.

내가 처음 이 회사에 왔을때 포지션이 프로젝트 매니저였다. 프로젝트 매니저로 여자가 온다는 소식에 온 회사가 떠들썩 거렸다고 한다. 전공이 공대 중에서도 최악의 성비를 자랑하는 과 중 한군데였기 때문에 나는 20살 이후로 몸담았던 조직에 여성이 나를 제외하고 늘 3명이상이었던 적이 없었고 그마저도 대부분 포지션이 다른 쪽에 있었기 때문에 늘 남직원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었어서 아무런 생각이 없었지만 입사 후 좀 시간이 지난 후에 팀장을 비롯한 다른 팀 사람들까지 '이팀장은 원래 여자랑 일 안하는데 일을 어느정도 하나보네?'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팀장님이 별다른 기색없이 다른 직원들과 동일하게 대하고 있어서 엥?왜지? 라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알게되었다. 이 팀장은 여자랑 일을 하지 않는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란 걸. 프로젝트 매니저 특성 상 외근이 잦은데 그것을 감안하고도 이 일을 하겠다고 들어온 '사람'을 갑자기 내근직으로 바꾸더니 외근나가는 직원들의 백업업무를 시켰던 것이다. 그러더니 본인은 원래 여자랑 일을 안하는데 니가 일을 좀 하는 것 같으니 다른 직원 지원업무를 해줬으면 좋겠다. 너는 팀원 모두의 서브이자 엄마같은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는것이다. 예? 저는 그대들 같은 자식을 둔 적이 없는데요... 누가 직장에서 엄마 찾습니까.... 이 이야기를 듣고 팀장은 나를 하나의 개별적인 팀원으로 보지 않고 사무보조나 그냥 글 좀 쓰는 여직원 그 자체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나름 배울만큼 배운 사람인데(당시 박사수료 상태였다.) 내 업무가 다른사람 백업이라니.... 어이가 탈출해버렸다. 그가 이때까지 나한테 시킨 일의 의미는 다 이런 뜻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퇴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그때까지 회사에서 다른 팀에게는 나름 인정받는 직원이었고 1년동안 인증을 4개이상 따내는 실적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 혼자서 맨땅에 헤딩하듯이 주말출근도 마다하지 않고 해낸 결과였다. 그런데 그는 그냥 나를 사무보조, 타 팀원의 백업, 다른 사람 일하기 편하게 서류정리해주는 사람으로 결정해버린 순간 깨닳았다. 선생님.. 당신은 여자와 일을 안하는게 아니고 못하는 것입니다. 여자를 동등한 직원으로 바라보지 않는데 어떻게 '일'이라는 행위를 할 수 있겠습니까. 


나도 나름 이런 환경에 잔뼈가 굵다고 생각했는데 믿고 의지하고 다른팀에 비해 팀웍이 좋다고 생각한 우리 팀에서 나의 위치를 확인하고 나서 나는 절망했다. 내가 여태 했던 행동은 그저 그런 사무업무였다는 것을 그때 알았던 것이다. 나는 나름 시련과 고난을 겪고 당시 불안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아 약을 먹으면서까지 일을했는데 그게 그냥 그런 사무보조업무라고 지칭하다니..... 퇴사의사를 이런 사유가 아니라 건강상 이유로 돌려서 전달하였고 그 이야기를 들은 팀장은 알겠다는 말을 하였다. 그런데 그 이후로 부사장님 등을 비롯한 임원들에게 불려다니며 면담을 받기 시작했다. 모두 회유의 말이었다. 그런데 팀장은 별 말 없는데 임원들이 잡는다는건 나로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듣고만 있다가 한달 만 쉬고 다시 생각해보는게 어떻겠냐는 말을 임원에게 들었을때 생각해보겠다고 했더니 팀장이라는 사람이 따로 면담신청해서 너 한달쉬는거 다른 팀원의 희생이 필요한 특혜이다 라고 표현하길래 그럼 됐고 그만두겠다는 말을 하였다. 


이 모든 일이 끝난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여자랑은 일 안한다는 팀장의 말을 바꿔주고싶다. 팀장님 당신은 여자랑은 일을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것 입니다. '사람'을 다룰 능력이 아직 팀장감은 아니라고 평가하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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