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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ist 켈리장 May 11. 2021

관계의 유효기간

너 자신을 알라

독일에서 네덜란드로 향하는 길에 만난 하늘


요즘 관계의 유통기한에 대해 생각이 많다.

오랜 시간 함께 온 친구라도 무언가 덜컥 거리는 관계가 될 때, 나는 우선 나를 살피게 된다. 심리학적 측면에서 말하길, 나의 그림자를 타인으로부터 만나게 되고, 그래서 타인이 더 싫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충분해’라고 되뇌며, 그러니 상대의 단점도 포용해야 해,  그래도 연락해주는 게 고맙다 라고 애쓰며 계속 지속해온 관계인데

이 회의감은 왜 해결되지 않는가.


내가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이런 고민조차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한다.

내 그림자를 타인에게서 찾기 전에 내가 나를 잘 파악하고 있다면, 내 자존감 때문에 상대의 말이 걸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실수를 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또는 그저 서로 안 맞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나를 잘 아는 것이 쉽지 않기에 실수를 반복해 왔다.

최근에 읽은 책 <비평가로서의 예술가>에서 오스카 와일드가 한 말이 기억난다.

평생 자신을 교육한 사람과의 풍성한 저녁식사를 상상하면 기분이 좋지만, 평생 남을 가르치기만 한 사람과의 무서운 저녁 식사는 생각만 해도 싫다고.

그런 무서운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계속 교육하는 것은 자신을 알아가는데도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북클럽을 시작해서 책을 읽고 매일 요약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이 습관을 시작하면서 나는 나에 대한 이해가 높아짐을 느꼈다.

타인이 쓴 책을 읽고 내가 그 책을 이해하는 모습에서, 그 관점에서, 다른 이들의 책 요약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에서,

나는 끊임없이 나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내 취향을 갖고 산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것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분명히 안다는 것이기에 삶이 더 편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는 독서인증과 함께 풍경사진을 같이 올리곤 하는데, 그곳에 있는 분들이 정말 좋아해 주신다.

내 핸드폰에 초현실적인 하늘과 달, 자연의 드라마틱한 순간들이 정말 많다(특히 팬데믹 이후에)

내가 포착한 순간들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어쩌면 발견하는, 탐색하고 있는 사람이구나. 내가 도전하는 것들에 끊임없이 패배를 맛보아도

나는 다만 탐험을 멈추지 않고 있을 뿐이구나. 나는 사는 동안 내내 이 세계를 탐험하겠구나...

탐험가에게 이 세계는 문을 열고, 다른 이가 그냥 스쳐갔을지도 모를 비밀을 보여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준비된 학생에게 스승이 나타나는 것처럼.


실험하고 발견하고 탐험하는 일은 과학자의 몫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낯선 곳에 나를 놓아두니 나는 이 세계가 궁금해졌고, 더 많이 알고 싶어 졌다. 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는 경험과 공부의 발란스가 필수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없음을 매일 깨닫기 때문이다.


집단의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시스템의 노예가 된 줄도 모르고 사회가 정해놓은 지점까지 내가 닿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꼈다.

부와 성공을 동일시하는 사회에서 비교문화는 당연히 강화된다.

지금도 여전히 내 안에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정체성이 남아있다.

내가 나를 잘 안다면, 나는 내가 떠나온 곳의 좋은 점과 이곳의 좋은 점을 잘 섞어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나쁜 점을 잘 가려내고 섣불리 판단하는 버릇도 점차 고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인생이 누구에게나 영원히 주어지지 않는 것처럼, 인간 관계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가 되어 나는 이제 그녀 또는 그와 헤어질 때가 온 것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저 그 시절의 나와 작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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