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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ist 켈리장 Sep 30. 2020

실패 이력서 쓰기

지금도 여전히 많은 것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할 만큼 나의 마음이 힘들었다. 처음엔 코로나 때문에 마음이 불안했고, 향수병에 시달렸으며, 다시 평정심을 찾았나 싶었는데.

올해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를 눈물 흘리며 포기해야 했다.

올해의 새로운 또 한 번의 실패. 좌절.

내 이력서에 또 한 줄.

그런데 지금은 후련하다. 실패인가 아닌가 불확실할 때는 마음이 정말 피폐했는데 실패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나서는 마음이 개운해졌다.

유럽살이 6년. 좀 쿨해질 만도 하지-


나 시도했어. 그걸로 되었다. 수많은 실패는 수많은 시도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유럽에 온 후에 실패 이력서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빛나는 경력만 남길 것이 아니라 내가 실패한 기록들. 그 수많은 시도들.

내가 무지해서, 용감해서, 무한 도전했던 많은 일들이 떠오른다.

그 도전들을 통해 내가 얻는 것들은 나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더불어 강해지고 있다는 것. 내가 이런 도전을 지금까지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주는 나의 사람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

다시 겨울이 오고 있다.

계절은 여전히 반복되고 생생했던 나무들이 색을 잃어가고 다시 앙상해지는 것을 지켜본다.

자연은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다. 나처럼 징징대지 않고 또다시 비와 바람 속에 묵묵히 서있다. 내가 상상도 못 한 시간들을 그렇게 지나왔을 것이다.

나는 베란다에서 꿋꿋하게 자라나는 새싹들을 보면서 위로받았고, 창밖으로 보이는, 시간을 간직한 나무들과 새들을 보며 나도 이 시간을 잘 받아들이리라 다짐했다.


내가 어디에 있던지, 그 장소가 중요하지 않은 때가 올 것이다.

장소가 아닌 사람, 내가 그곳을 나답게 만들어 갈 테니까.

지금의 이 실패들이 더 단단한 나를 만들어 가고 있으니까.


새로운 프로젝트 하나를 시작했다. 300일 동안 내 sns에 그림과 글 올리기.

이 곳에도 공유할 예정이다.

나는 예술을 업으로 사는 사람이고 조선시대쯤의 학자들에 대한 어떤 환상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한량’에 대한 환상) 동양화를 시작했던 사람이니까

오래전 그분들처럼 나의 시와 그림을 공유하고 싶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나만 아는? 작업을 할 때가 많으니 내 글이 내 작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프로젝트는 내 작업과 나의 대화. 그리고 불특정 다수와의 대화를 지향한다.

우선 300일 동안 그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 보통 100일 동안 무언가를 꾸준히 하면 습관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실천의 지속은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도올 선생님의 ‘중용’ 강의에서 배웠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블루와 실패로 끝난 시도로 조금 부서진 마음을 다잡고. 내 작업을 정직한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고 싶었다.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자신들의 멋과 지식을 공유하는 보헤미안처럼.

여행이 불가능한 지금도 우리는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으므로.

나는 이 대화 프로젝트에서 나의 작업, 글과 그림을 공유하고 소수의 사람들일지라도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거리에서 스치는 사람들에게 공포를 느껴야 하는 요즘이 너무 슬퍼서. (여긴 사람들이 야외에서 거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오직 대중교통에서만 착용하는 듯하다.)

나는 이렇게. 이런 방식으로 프리 허그를 해주고 싶다. 내 작업이 상대를 더 슬프게 만드는 건 아닌지 걱정도 있지만.


내가 잘할 수 있고 나다운 것이 무엇일까.

지금의 나는 내게 대답한다.

쓰고 그리고 나누는 것. 공부를 멈추지 않는 것.


2020년의 나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성실한 선생이고 학생이었어.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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