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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ist 켈리장 Mar 19. 2020

Oh 사랑

가슴 뛰는 일

고요하게 어둠이 찾아오는 이 가을 끝에 

봄의 첫날을 꿈꾸네

만리 넘어 멀리 있는 그대가 볼 수 없어도 

나는 꽃밭을 일구네.

가을은 저물고 

겨울은 찾아들지만 

나는 봄 볕을 잊지 않으니

눈발은 몰아치고 세상을 삼킬 듯이 

미약한 햇빛조차 날 버려도

저 멀리 봄이 사는 곳

오 사랑

눈을 감고 그대를 생각하면

날개가 없어도 나는 하늘을 나르네.

눈을 감고 그대를 생각하면 돛대가 없어도

나는 바다를 가르네.

꽃잎은 말라가고 힘찬 나무들 조차 하얗게 앙상하게 변해도 

들어줘 이렇게. 끈질기게 선명하게 그대 부르는 이 목소리를 따라 

어디선가 숨 쉬고 있을 나를 찾아 

네가 틔운 싹을 보렴. 오 사랑.

네가 틔운 싹을 보렴. 오 사랑.


루시드 폴의 '오 사랑'을 듣다가 생각했다.

그의 가사. 그 섬세한. 순수함.

내가 이 격한 사회생활에 맞지 않고 그래서 내가 무지하다고 느껴질 때, 또는 너무나 쉽게 누군가를 믿어버리고 또 실망하는 일에 지쳐갈 때. 그래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점점 버겁게 느껴질 때.

어쩌면 나는 공부를 해야 행복한 사람이고, 학문의 분야에서, 나의 작업, 예술 속에서.

그렇게 아웃사이더이지만 내 분야에 깊이 침잠해있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최근에 이곳의 문화센터에서 한국화 강의를 시작했다.

내 나이 13살에 서예를 시작으로 한국화를 시작했고, 미술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대학원 석박사 졸업하기까지 7년, 나는 한 분야에 꽤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는 것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5년 전 처음 유럽에 왔을 때 나는 한국화, 혹은 그 나라에서 도망치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독일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진짜 내가 누구인지도 희미해질 때쯤, 어떤 계기로 인해 내가 여전히 '나'임을 한국화를 그리고 있는 한국인임을 선명히 알 게 되었다. 이 일이 얼마나 매력적인 것인지, 내가 오랜 시간 공부했던 것들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내가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 내가 나고 자란 곳에서 배운 학문과 예술이 지금의 내 작업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래서 더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나를 좀 더 멀리서 보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각자 특별한 사람들. 그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타인을 이해하는 폭이 예전보다 넓어졌다.


나는 첫 강의에 와주신 따뜻한 분들과 좋은 시간을 공유할 수 있었는데, 강의 후 바로 다음날 이곳 네덜란드 정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발표를 했다. 모든 학교와 공공시설이 닫게 되었고, 나의 강의도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되었다. 나는 이런 상황을 예상했기에 전담 디렉터에게 온라인 강의를 제안했고, 오늘부터 온라인 강의 준비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강의를 하면서 깨달았다. 오랜 경험을 통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한국화 강의, 수업 참여자들과 나눌 수 있는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통해 이 곳에 내 나라를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온라인으로 더욱 폭넓게 한국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것 역시 내겐 새로운 도전이다.


이렇게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나는 혼자 글 쓰고 작업하는 일이 익숙하지만, 요즘은 사람이 북적이는 영화 속 장면에서, 내 사진첩 속 군중들의 모습에서 아련한 슬픔을 느낀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한국에 너무나 돌아가고 싶다. 이곳이 나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 만큼 병원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과 여전히 안일하게 대처하는 어린 친구들, 깊어지는 혐오 등등의 이유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곳에 남을 것이다.


외국인으로 이곳에 살면서 삶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매일 피부로 느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이 함께 닥쳐오면 그냥 하염없이 멍 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내가 이곳에서 찾은 소중한 것들이 오늘도 나를 살게 할 것이다.

정말 내가 사랑하는 일. 가슴 뛰게 하는 일, 그리고 계속 발견하게 되는 나 자신. 


힘내요. 우리.

https://youtu.be/IzDwyyXtK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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