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야기

-살아내기

by Artist K

1.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가끔 어린 시절 만화 '캔디'의 주제곡을 흥얼거릴 때가 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웃으면서 바라보자 푸른 하늘. 푸른 하늘 바라보며 노래하자 내 이름은 내 이름은 켈~~ 리 (내 이름)

another words.JPG Another Words 2014 _Kelly Jang

그녀의 뒷모습이 지치고 슬퍼 보여 사진에 담아두었었다. 암스테르담의 커피 페스티벌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머리에 꽃을 달고 혼잡한 축제 속에서 일을 해야 하는 그녀는 많이 지쳤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머리에 장식한 큰 꽃과 그녀의 쓸쓸해 보이는 뒷모습에서 나는 시를 떠올렸다. 김춘수 시인의 꽃.

누군의 뒷모습을 위해 시를 써주는 것, 그래서 그에게 이름을 주고 그 이름이 내게 어떤 의미가 되는 것.

사실은 그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 그래서 내게 다른 이름을 주고 내가 그 의미가 되어가는 것.


외롭고 지칠 때마다 그렇게 나의 작업 안에서 위로받았다. 물론 작업이 더 고통을 줄 때도 많았다. 며칠 동안 작업할 마음이 나지 않아 그런 내 마음에 지칠 때도 많았다.

그럴 때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본다. 그녀의 등에 시를 써주고 싶었던 나를 다시 바라본다.

나보다 더 지쳐 보이는 누군가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할 때, 결국 그것이 나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살아내기.

그건 예술가로 살아내기의 세 번째 단계였다. 내 안의 진짜 모습을 반영하는 모든 것에서 의미를 읽으려 노력하기. 설사 그것이 진정 마주하기 싫은 모습일지라도.


for rest.jpg Forest _for-rest 2014 Kelly Jang

네덜란드에서 처음으로 전시를 했을 때, 이 그림 앞에서 울고 있는 방문객을 보았다. 그녀의 어머니가 얼마전에 돌아가셨는데 이 그림이 그녀 어머니의 죽음을 떠올리게 했다고 했다. 그리고 이 그림으로 자신을 위로해줘서 고맙다고 내게 말했다. 이 그림은 먼 곳에서 잘 쉬고 계실 아빠를 떠올리며 만든 작업이었는데 그런 내 마음이 누군가에게 와닿았다는 사실이 참 좋았다.


이 작업은 잔디를 내려다보며 만들었지만 그 잔디에서 나는 숲을 표현했다. 숲은 영어로 포레스트-그리고 나는 '포-레스트 /영원한 휴식을 위해' 라는 의미로 제목을 붙였다. 죽음은 땅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데 어떤 죽음은 하얀가루가 되어 공기 속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사람이 죽으면 정확히 21그램의 무게가 바로 빠져나간다고 했다. 스위스의 한 연구소에서 밝힌 것처럼 (여전히 가정하에 있지만)그것은 영혼의 무게일까? 그 21그램들은 어딘가에서 우리의 삶을 위한 균형을 형성하고 있지 않을까. 그 휴식의 숲을 상상해 본다. 특히 이 각박한 삶에서 내 마음의 균형을 잃어갈 때 나는 그 숲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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