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로 살아내기

-두 번째 이야기

by Artist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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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꿈꾸기만 한다면.


책(텍스트)을 읽으면서 공간과 이미지 그리고 냄새까지 상상하던 소녀는 이제 40대를 바라보는 어른이 되었다. 그러나 내 안에 여전히 그때 그 소녀가 살고 있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그 상투적인 말을 믿고 있다. 나는 여전히 많은 일들에 감동하며 지낸다. 매일 걷는 길에서 나무의 냄새나 색이 달라졌을 때 그리고 바람이나 공기가 차츰 다른 계절로 옮겨가고 있음을 알려줄 때. 나는 여전히 아이처럼 놀라고 감동한다.

자연이 주는 가르침. 지금도 여름이 서서히 지나가면서 '뜨거운 것도 한때'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사랑이 그러하듯. 그러나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어 모든 게 앙상해지는 것 같아도 파릇파릇 피어나는 봄의 약속 때문에 우리는 사랑을, 그리고 이 삶을 포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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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베를린의 작업실에서 영상작가와 컬래버레이션 준비 중에 찍었던 사진.


우리가 살면서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다. 전에 영상을 통해 본 김대식(뇌과학자) 교수의 강연에서 '집중하지 못한 순간'은 기억에서 사라진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몇몇의 순간들은 모두 가치가 있다.

내 기억 속의 소중한 순간들. 그중에서도 나의 꿈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원 시절이었다. 수업시간에 작품 발표를 끝내고 질문 타임에 한 선배가 내게 질문했다. "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살고 싶나요? 꿈이 뭔가요?"

아니, 지금 내 작품에 대해 실컷 떠들었는데 꿈이 뭐냐고 질문을 하시다니요.

그런데 그 순간 내 대답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고 싶어요. 물론 작업은 계속할 거고요. 다만 집시처럼 전 세계를 돌아다면서 작업하며 살고 싶어요."라고 자동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그때 교수님의 걱정스러운 눈빛도 잊히지 않는다. "집시?!.. 그렇게 사는 거 건강에 안 좋을 텐데.."

그다음부터 학교 동료들이 나만 보면 농담처럼 묻곤 했었다. "그래서 언제 떠나는데?"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들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나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 꿈을 실현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내 말에 대한 일종의 책임감을 더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예술가로 살아내는 것에 어떤 조건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일정치 않은 수입에 대해 걱정을 제일 먼저 할 것이고, 금수저, 은수저 운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경험상 가난해도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하는 게 예술이고 금전적인 여유가 있어도 열정이 없으면 못하는 게 예술이다.

스킬이 좋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즉, 재능을 타고났다고 해서 끝까지 끌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언제나 핑계 아닌 핑계는 생기기 마련이고 그 핑계 혹은 심각한 이유 때문에 예술가로 살아내기 힘들다면.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말도 안 되는 이 꿈을 꿀 수 있다면, 그리고 내가 이 길에 진입한 이상 계속 걸어나가고자 한다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나처럼 게으른 성향의 인간도 내가 선택한 이 길에서 항상 돌파구를 찾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나를 아는 친구들은 내 인생을 '구사일생 라이프'라고 할 정도로. 그러니까 딱 그만큼만.


2. 스케줄 정리 습관


나는 대학원 졸업 후 대학원 조교 일과 갤러리에서 잡무 보는 일을 했었다.

그때 아침마다 내가 했던 일은 노트에 하루의 스케줄을 적는 일이었다. 그리고 하나씩 일을 끝낼 때마다 체크 표시를 했다. 조교일은 아니었지만 갤러리에서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업무노트.

나는 유명한 예술가가 아니다('아직'은 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다만 예술을 업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예술을 업으로 여기고 살아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예술가로 살아내려면 정말 에너지가 필요하다. 내가 생활을 위해 다른 일을 하면서 예술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더더욱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그 습관을 잊지 않고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 아침마다 하루의 계획을 적는 일.

최근 나의 스케줄은 모든 데드라인에 관한 것이다. 여름휴가가 끝나고 아티스트를 위한 좋은 프로그램의 레지던스(주로 월급?을 주는 레지던스)나 갤러리 전시 신청등이 시작되어 10월까지 접수해야 하는 일정들이 많다.

또 나를 위해서도 데드라인을 자주 만든다. 언제까지 반드시 이 작업은 끝내야 한다 등. 나의 일정을 내가 관리하고 때론 나에게 스스로 압박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은 리프레쉬(Refresh)한 삶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내가 선택한 이 길을 죽을 때까지 지치지 않고 잘. 걸어갈 수 있도록. 이 과정에서 얻는 리프레쉬함 역시 상상력과 관련되어 있다. 나는 내 작업에 도움을 줄 곳에 끊임없이 지원을 해야하고, 역시나 끝없는 경쟁과 시험의 연속이지만 만약 그 곳에 들어갈 수 있다면! 이라고 상상을 한다. 이미지 트레이닝이라고 거창하게 말해야 하나. 그럼에도 실패할 경우. 제2의 플랜은 필요하다. 수많은 실패를 겪으면서 나는 더 괜찮아졌다. 적어도 나를 비난하진 않는다는 말이다. 실패이후에 따라오는 실망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시도가 좋았어'라고 위로하고, 실패의 원인을 분석한 뒤 다음 단계를 고민해야한다.


그건 예술가로 살아내기의 두 번째 단계였다. 꿈을 꿀 땐 앞 뒤(현재와 미래 혹은 현실)를 생각하지 않는 것. 그러나 꿈을 향한 그 길에서부터는 지치지 않도록 나를 스스로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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