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예술가로 살아내기

by Artist K
IMG_9172.JPG 베를린 개인전 설치장면 Gallery2 Berlin_2016
IMG_9777.JPG The Heaven Lake_네덜란드 개인전 중_Galerie Gemund_2016


백두산 천지를 보러 간 적이 있다. 북한을 통해 갈 수 없었기 때문에 연변을 통해 그곳에 갔었다. 그곳 가이드가 당신네들 조상님들이 덕을 많이 쌓았다면, 맑은 날 천지를 명확하게 볼 수 있다고 했다. 대부분 안개나 날씨의 영향으로 천지를 제대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나 그리고 우리 일행은 아름다운 천국의 호수를 보았다. 그 정지된 이미지는 아직까지 눈을 감아도 선명하다. 내가 진짜 본 것이 맞는지 혹시 꿈은 아니었나 싶을 때도 있다.


여기에 온 후, 나는 어디서 왔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정확히 말해야 했다.'남쪽 한국'이라고.

그냥 코리아라고 하면 North or South?라고 많은 외국인들이 질문한다.

내가 서울에 살 땐 나는 서울이 내 세상 전부인 것만 같았다. 사실 서울도 너무 컸다. 그래서 코앞만 보고 살아왔다. 뉴스에서 나오는 얘기는 다 믿었고, 사람들이 얘기하는 성공의 기준에 못 미치는 것에 늘 패배감을 느꼈다.

멀리 나와보니 삶을 줌 아웃(zoom out)하게 된다. 그래서 북한이 보이고, 한국이 두쪽으로 갈라져 있음을 알게 된다. 나쁘게만 생각했던 것들이 좁은 편견이었음을, 나쁜 게 아니라 아픈 것임을 알게 된다.

같은 외모에 같은 말을 쓰면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게다가 우리는 휴전상태라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TV 혹은 언론이 (거의) 삶을 지배하고, 드라마나 연예인을 늘 이슈화시키는 것이 어쩌면 이런 아픈 가슴을 멍-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닐까. 그곳에 살 때는 몰랐다.


꼭 이렇게 나와 살지 않아도

예술가로 살아내기 위해서 우리는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를 토닥거리되 나의 바운더리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내가 백두산 천지를 보았을 때, 그리고 한참 후에 그 이미지를 다시 기억해냈을 때,

나는 일종의 '정지'를 경험했다. 우리의 상황. 정지된 상태.

그래서 나에겐 그 정지된 이미지(스틸라이프)가 이렇게 슬프게 다가온다.


베를린처럼 자유로운 마음으로 상처를 기억하게 될 날이 오기를.

비록 돌이킬 수 없는 상처였다 해도 숨기고, 지워내기보다 기억하기를.


'예술가로 살아내기' 여기에 적었던 모든 글은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_ 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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