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이야기

-여기까지

by Artist K

1. 마지막 이야기


사실 '예술가로 살아내기'는 990가지의 더 많은 스토리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


2. 살아내기


이 곳을 걷다가 문득 든 생각은 참 '죽기 쉬운 곳'이라는 것.

마음만 먹으면 물속에 뛰어들기도 쉽고, 어디에도 자살을 방지하는 바리케이드가 없고.

술이나 담배 심지어 대마초와 같은 마약에 대한 규제도 없다.

그런데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아무도 쉽게 자살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우울증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고 그 진료내역을 직장에 제출하면 유급휴가를 주거나 다른 자원봉사 일자리를 알아봐 준다고 들었다.

직장이 없는 사람도 우울증 진단을 받으면 시청에서 먹고살 수 있는 돈을 지급해주고, 우울증 치료를 위한 자원봉사 일거리 등을 찾아준다.

그래서 마음의 병 역시 혼자 끙끙 앓을 필요가 전혀 없다고 한다.

물론 우울증 환자라고 '취급'하는 사람들도 없다.


나는 물가를 거닐며 가끔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특히 내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느낄 때.

그런데 여기에서 나만 나를 그렇게 취급한다면? 그렇다면 그건 온전히 '나의 문제'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살면서 자꾸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 들고, 계속해서 남을 의식하면 살아야 한다면 그건 내게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그곳에서는 더욱더 잘 살아내야 한다. 어느 누구도 나를 그렇게 취급하지 않도록 내가 나를 더 치켜세워야 한다. 그래서 국민 모두가 당당해지고, 행복해져야 '좋은 나라'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내 고향을 더 이상 안쓰럽게 바라보지 않도록, 그 가엾은 마음이 나에게까지 미쳐 나 스스로도 작아지는 일이 없도록.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예술가로 살아내기 열 번째 단계는 나를 구하는 건 오직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 것.

그러므로 나 자신을 칭찬해주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힘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보기. 결과가 어떻든 내가 노력한 과정을 많이 칭찬해주기.

외국에 나와 살면서, 희망의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들이 참 많았다. 내가 좌절할 때마다 모든 원망은 다 나에게로 쏟아졌다. 내가 나를 함부로 대했다. 그래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걸으면서 감사하기는커녕, 죽음을 생각했다. 그럼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내게 칭찬할 점을 애써 찾아내어 나를 다독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존재에 대해 감사했다. 숨 쉬고 걷고 사랑하고 작업할 수 있고. 등등등..


이 세상 모든 곳에서 예술가로 살아가는, 힘겹게 오늘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그리고 우리가 '선물'로 받은 이 재능과 표현할 줄 아는 용기에 대해 자주 감사하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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