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이야기

by Artist K

1. 의문


아홉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예술가로 살아내기를 쓰기 시작한 이유는 내 삶을 돌아보기 위함과 동시에 같이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이런 글을 감히 써도 될까 라는 의문이 든 것이다.

나는 잘 살아내고 있는 것일까.

가을비가 쏟아지는 새벽,

오늘은 분명 더 감정적인 글이 될 것이다.


2. 사랑할 것


나는 노희경 작가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녀가 쓴 드라마는 다 보았다. 그녀가 쓴 책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도 보았다. 그리고 그 말이 참 좋았다.

내가 네덜란드에 오고 그리고 베를린으로 이사했다가 또다시 네덜란드로 올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사랑'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나는 살면서 사랑을 믿지 않았는데(늘 환상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 곳에 살면서 그 '힘'을 보았다. 삶을 이끌어 나가게 하는 힘. 나를 전보다 강하게 만들어 주는 힘.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힘.

그러나 분명한 건 삶도 사랑도 드라마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

남녀 간의 사랑이 예술가로 살아내기에 필요하다는 얘기가 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런데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이 곳에서 나는 예술가가 아닌 인간으로 먼저 존중받는다. 인간의 권리에 대한 사소한 그 어떤 것도 침해받지 않는다. 그렇게 인간에 대한 존중은 있고, 상하구조가 없는 나라에서는 동물들도 살기 편하다. 길거리의 고양이 심지어 양 떼나 말, 소, 오리 등등 그 어떤 동물도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누구도 그들을 괴롭힌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차별'이라는 단어는 마치 존재해서는 안될 무시무시한 어떤 것처럼 여겨진다.

어느 동네를 가도 큼직한 공원, 도서관과 박물관이 꼭 있고,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은 불평 없이 많은 세금을 내고, 나라가 하는 결정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믿고 동참하고, 이 모든 것들의 근본 사상에는 '사랑'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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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인터넷에서 이 사진을 보고 많이 슬펐다.

나쁜 나라..

내가 떠나온 곳이 그렇게 불리고 있었다. 내가 한국을 떠날 때, 마치 사춘기 소녀가 잠시 집을 가출하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먼 곳에서도 계속 떠나온 집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론 그리웠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예술가로 살아내기 아홉 번째 단계는 그럼에도 사랑해야 한다는 것.

내가 내 고향을, 내 삶을 사랑하면 나쁜 것도 껴안게 된다. 그냥 안아주는 것이 아니라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고 싶어 진다. 그러려면 오래 지켜봐야 하고 그 입장에서도 생각해야 하고, 표현해야 한다. 예술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내 목소리를 내야 하고 함께 살아내야 한다.

예술이 나(예술가)의 의식주만을 위해 존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곳에서 내가 보고 느낀 것 중에 가장 좋았던 것은 예술가들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고 활동하며, 실제로 사회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었다. 예술가로서 내가 속한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되 그 근본에는 '사랑'이 있어야 함을.

내 고통이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새벽에, 이 글을 쓴다.


새들의 비상은 오직 공기의 저항 때문에 가능하다는 사실. 너무도 당연한 것은 쉽게 잊힌다. 삶이 그렇다.


생각해보라,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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