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집
오랜만에 포스팅.
오늘은 영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어제 본 영화가 오늘 하루 종일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
이 영화 Paterson.
https://www.youtube.com/watch?v=m8pGJBgiiDU
그리고 이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
감독 짐 자무시가 직접 쓴 시라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GiKmnsVwRqM
매일 똑같은 삶에서 문장을 찾아내고, 새로운 시를 써 내려가는 일.
이 영화를 보고 무심히 스쳐갔던 모든 것들이 다시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시가 쓰고 싶어 졌다. 그리고 영화의 여주인공이 만들어내는 블랙과 화이트의 조화를 내 작업에도 차용하고 싶어 졌다.
한국에 다녀온 후 작업을 많이 하지 못했다. 한국에서의 한 달동 안 붓한번 잡지 않았다.
나는 예술가라고 할 수 있나. 스스로 많이 물어봤다. 내게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작업에 게을러서 어쩌나.라는 생각은 10년 전부터 계속되었다. 이런 와중에 지인인 비평가 선생님이 내게, 제발 나와 어울리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어둡고 으스스한 작업 말고. 슬프긴 했지만 화가 나지 않았다.
한동안 똑같은 주제에 매달려 그 주제에 깊이 빠지기보다 계속 주위를 어슬렁거리기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내 삶을 데자뷔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남녀 주인공이 마치 나의 삶을 반영하는 듯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거의 같은 패턴으로 일을 하면서도 장면을 포착하고 또 비밀노트에 기록하는 버스 드라이버.
집에서 그를 기다리면서 계속해서 창의적인 일을 하는 아내.
그리고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살며시 메시지를 건네주는 이 우연.
나는 이제야 오랫동안 망설였던 일을 시작하려고 한다.
시를 쓰는 일.
어렸을 때, 나도 영화에 등장하는 소녀처럼 시 쓰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정말 잊고 있었다.
나는 일하는 '과정'이 완결된 작업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말 그대로 과정이므로. 그런데 매번 똑같이 흐르는 시간을 시인의 목소리로 완성해낸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삶의 여정 안에서 내가 완성한 작업들을 과연 완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버스 운전사 아담처럼 매일 같은 시간과 공간을 스쳐 보내는 나. 그 속에서 포획한 이미지와 텍스트가 그림이 되고 시가 될 때, 일상은 아름답다. 그러나 모든 것은 진짜 쇼를 위한 준비 과정일 뿐.
내가 쓴 시와 그림.
그것은, 그 과정은 오롯이 나를 위한 것이다.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기 위함.
그리고 올 한 해 내 목표는 내가 해냈던 (나름) 최고의 것을 뛰어넘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성장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