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io Kelly Jang

길 위의 작업실

by Artist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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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be they are trapped in infinity-어쩌면 무한에 갇힌 시간 -스틸라이프 시리즈 Kelly Jang


실제로 보면 이 설치작업은 아주 작다. 부케가 담겨있는 컵은 아주 적은 양의 브랜디 류의 술을 따라 마시는 컵이다. 화면을 꽉 채운 저 꽃다발은 시들기 바로 직전의 미니 부케이다. 시들기 전에 나는 시간이 잠시 멈춰주길 바랬다. 삶이 정지된 것을 죽음으로 단정 짓지 않기를.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이 삶을 완전히 떠날 것을 알고 그것을 기억하기를 바랐다.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나를 위해서만 살지 않기를. 그리고 거대한 권력으로 에워싼 이 세계의 시스템이 원하는 대로 살지 않기를.


나는 지구의 어느 작은 부분에서 이 낯선 곳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지낸다. 6시간씩 타는 기차를 좋아한다. 기차의 안내방송이 다른 언어로 바뀌는 순간을 좋아하며 매일이 여행자 같은 이 삶이 좋기도 하고 때론 거대한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유럽에 온 지 3년 하고도 8개월이 되었다.

삶이 팍팍했지만 1년에 한 번씩 개인전을 했다. 평생을 함께 걸어가도 좋을 사람들을 만났다.

성별과 피부색과 국적이 달라도 우리는 모두 사람이다. 외국에서 불친절한 사람들을 만나면 제일 처음에 드는 생각은 '차별'인가?이다. 그러나 그런 류의 사람들은 어느 나라에나 있고 그날 감정상태에 따라 그럴 수도 있으니 극단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법을 배워간다. 내가 친절하면 상대방도 친절한 것이 보통이다.


최희준의 '하숙생'이라는 노래가 점점 와 닿기 시작한다.

어딜 가나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있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기 힘들지만 마음가짐으로 내 느낌을 다스릴 수 있다. 그러면 어느 순간 그래도 내가 정말 운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내 인생을 사랑하게 된다.


내가 유럽에 오게 된 이유는 첫째, 타락한 자본주의 시스템(특히, 문화 예술 전반)에서 도망치고 싶었고 둘째, 문화 예술이 존중받는 곳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셋째는 여기서 배운 경험들을 내 나라에 돌아가서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변화라도 실천할 수 있다면! 그런데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내가 도망쳤던 그 자본주의 이론에 따라 '내 것'을 챙겨야만 버틸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더 자주 무너지는 자신을 바라보야만 하는 것이었다.


예술가로서 오직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작업을 통해 나를 멀리 놓아두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보이고 내가 떠나온 나라가 보이고 여전히 '사이'에서 슬픈 국민성이 보이고. 권력자들의 이익을 위해 허덕이며 살아가는 우리가 보인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크리스마스라는 특별한 이벤트 마케팅에 현혹되어, 이른바 패스트 패션매장을 기웃거리며 파티에 입을 옷을 쇼핑하던 내가 보인다.

최희준 님이 노래하던 하숙생 가사의 포인트는 소유욕을 접어두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먼 나라의 옷 공장에서 하루에 몇만 벌의 옷을 만들어내야 하는 노동자가 있고 나처럼 아무렇지 않게 옷을 집어 드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우리는 최소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이다. 그 마음을 지닌 채 깨어있기 위해 나는 작업을 한다.

강물이 흘러가듯 소리 없이 흘러가는 삶에서 잠시 멈춘다 한들 그것은 '영원'이 아니므로.

우리 모두는 이 생에 하숙생이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 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강물이 흘러가듯 여울져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벌거숭이
강물이 흘러가듯 소리 없이 흘러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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