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길 위의 집

by Artist K

전시 아트페어 그리고 집


유럽의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면 대부분 장소 대관료를 지불하지 않는다. (나의 경험상)

한국에서는 기획전시와 대관전시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갤러리가 많은 편이다. 기획전시는 말 그대로 갤러리에서 기획을 맡아 작가를 초대하는 전시이고, 대관은 작가가 비용을 내고 전시공간을 빌려서 하는 전시이다.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는 갤러리 측에서 나의 전시를 원하면, 전시가 진행되고 전시 중에 작품이 판매 시 이윤을 분배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나의 전시를 원하는 갤러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전시 중에 작품이 판매가 되지 않을 경우에도 따로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

전시 오프닝에 갤러리 측에서 음료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내 전시를 보러 온 관객들이 음료를 사서 마시면 갤러리 측에 조금이나마 이득이 되는 것이다.

아트페어는 다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부스 대관료를 지불해야 한다. 작가 개인이 대관할 경우 작가가 부스비를 전액 다 부담해야 하고 물론 판매 시 전액 다 작가의 몫이다. 갤러리에서 작가를 초대한 경우에는 부스비 부담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스비는 100만 원 이상이 보통이다. 작품 배송 및 기타 비용까지 합치면 대략 500만 원 이상 예상해야 한다. 아트페어 시 전시는 3-4일 길면 5일 정도 진행된다. 아트페어를 주관하는 기업이 많은 이윤을 얻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갤러리들은 주최 측에 부스비(장소 사용료)를 지불하고 관객은 입장료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아트페어에 참여한 모든 갤러리는 판매의 목적도 있겠지만 주로 홍보의 효과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오랜 역사가 있는, 꽤 수준 높은 아트페어는 비용을 떠나 신청했을 시 선정되는 것도 쉽지 않다.

주로 갤러리만 참여할 수 있는 아트페어가 많고, 갤러리가 어느 정도 역사와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어야 참여가 용이하다.


나는 이사를 했다.

암스테르담에서 더 멀어졌다. 그래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불편함이 없는 곳이다. 내년엔 더치어 시험도 봐야 한다. 그리고 2019년엔 암스테르담으로 이사를 계획 중이다.

그러나 올해도 반년 이상 독일의 스튜디오에 머물 계획이다. 4월부터 내 작업에 더 집중하고 내가 속한 프로젝트도 잘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제 유럽에 온 지 4년이 되어간다. 많은 일들을 이룬 것 같기도 하고 시간만 흘러간 것 같기도 하다. 아직도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영어를 쓰면서 지낸다. 올해는 기본적인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언어를 좀 더 공부할 예정이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곳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임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건만. 내게 영어가 이제 겨우 익숙해졌기 때문에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에 게을러졌다.

더치와 독일어는 아주 비슷한 점이 많아서 같이 공부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이제 겨우 인사말 정도 공부하고 있지만 시작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새로운 문화와 거주지에 스며든다는 것은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한다.

영어의 표현 중에 '박스의 밖을 상상하라'라는 말이 있다. 기존에 내가 가진 생각 혹은 문화, 룰 등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탐색하라는 말이다. 그런데 과연 내 박스 안에 있는 것들에 대해 나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일까.

밖으로 나가기 전에 나는 기존의 내가 무엇을 갖고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곳에 오기 전에 왜 꼭 외국에 살아야만 하는지 생각했었다. 밖으로 나가면 나는 무한히 성장하여 자유를 느끼고 훨훨 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새롭고 좋았다. 힘든 일도 힘들지 않게 느껴질 만큼 다 좋았다. 또 다른 내가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혼란을 느끼는 시기가 왔다. 무엇을 위해.

나는 어쩌면 어디에서나 특별하게 잘하는 것이 없는 그런 종류의 인간이 아닐까.라는 자책과 함께 왜 여기. 이곳에 외로이. 그러다가 물끄러미 내 상자 속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 아무것도 없기에 미련 없이 상자 밖으로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많은 것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내가 언젠가 바라봐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무엇이 내 안에 있는지 차곡차곡 정리하는 작업은 기존의 나를 뛰어넘는 데 있어 중요한 과정이다. 나는 30년이 넘는 삶을 한국에서 살아왔기에 '나'를 차지하는 대부분은 여전히 박스 안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네덜란드에 살면서 갈매기들과 온갖 종류의 새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들에게 배운 것이 있다면 바람을 타며 나는 법이다. 열심히 날갯짓을 하지 않아도 바람이 그들을 목적지로 데려다준다.

그들은 바람의 방향만을 의식하며 하늘을 유영한다. 아름답다.

매번 앞만 보면서 계속 날갯짓을 하다 보면 목적지에 가기도 전에 지쳐서 아무 곳에나 정착할지도 모른다.


전시와 아트페어 이사. 모두 힘들었다. 그러나 물질적인 것만이 그 이유로 작용한 것은 아니다. 모든 일에 자본을 중심에 놓는 것이 방향을 잃은 날갯짓을 하게 한다.

내가 좀더 유연한 사고와 인내 그리고 노력으로 자유롭게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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