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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집

by Artist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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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신곡(Dante, Purgatory from the Divine Comedy)_연옥(Purgatorio)_ 2015 켈리 장


나는 운이 좋아 한마디로 '낀세대'이다.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할 무렵 엠에스도스라는 프로그램을 배워야 했고 처음으로 컴퓨터 게임 '테트리스'를 했을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처음 산 컴퓨터에서는 검은 화면에 밝은 연두색 그 두 가지 색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학교 교양수업에 컴퓨터 수업이 있었고 나는 뜬금없이 캐드 수업을 들었다가 평생 컴맹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이메일을 만들었다. 삼십 대에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나의 20대는 미니홈피에서 볼 수 있다. 당시 내 친구가 자신이 아이를 낳으면 자신의 미니홈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내 친구의 아이들이 컸을때 그 미니홈피를 보면 뭐라고 할까? 내 친구는 아직도 미니홈피의 비밀번호를 기억하고 있을까.

지금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고 내가 일하는 갤러리의 페이스북 페이지도 관리하면서 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하고 있다.

어제, 문득 밤 10시에 아직도 훤한 창문을 보면서 인스타그램적으로 상상 속에 해시태그를 붙이는 나를 발견했다. 밤열시/ 아직도 환함/ 좋다 / 낮이 긴 여름/등등/

인스타그램을 열어 사진을 찍으려다 그만두었다. 요즘 이런 순간들이 많아졌다. 밥을 먹다가 좋은 것을 보다가 머릿속으로 해시태그를 만드는 나를 보는 것이다.


독일 사람들은 대부분 소셜 네트워크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중에게 개인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즐기지 않고 자기만의 지극히 개인적인 앨범을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 이곳에서 모든 것이 아날로그 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도시에 와이파이가 어디에나 되지 않는 건 그만큼 그들이 무언가에 노출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클라이언트에게 갤러리 페이스북 페이지 링크를 보낸 적이 있는데 그 메일을 본 독일 팀원이 다시는 페이스북 링크를 보내지 말라고 했다. 그 클라이언트는 60대이고 페북 회원이 아닐 수 있는데 묻지도 않고 보냈다고 꾸중하듯이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 페이지가 갤러리 홈페이지나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지만, 끝까지 부정적이었다.


나는 갑자기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연결되려는 욕망과 과시의 욕망 그리고 나에 대한 광고. 내 감정을 대중들에게 드러내는 이유.

이 모든 것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지면서, 내가 쏟아낸 수없이 많은 내 정보들이 황사처럼 뿌옇게 어딘가를 떠다니는 것만 같았다.



Purgatory_Plan.png Pugatory plan


천국과 지옥 사이를 단테는 연옥이라고 했다. 연옥은 종교적인 의미에서 천국에 가기 전 영혼을 정화하는 곳이라고 하지만, 나에겐 우리가 사는 세상처럼 느껴진다. 베를린의 한 벼룩시장에서 단테의 책을 찾았을 때, 나는 무지한 상태에서 천국과 지옥 사이는 은유적으로 이 세상. 즉 죽기 전 우리가 사는 이곳. 현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질투와 교만과 분노와 인색함 탐욕과 음욕 등을 참회하면서 한층씩 올라가는 이 구조.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닮아있다. 참회는 선택의 문제일 뿐.


저 높은 꼭대기 위에서 드디어 천국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인증숏을 남기고 싶어 할까.

아니면 이러한 욕망에 사로잡힌 우리는 평생 연옥에 머물러 있으면서, 천국의 존재를 알지도 못한 채 이 생을 마감하게 될까.


아름다운 창 밖 풍경을 오롯이 혼자 온 마음으로 감상할 수 없었던,

지금 내가 누리는 이 풍경을 남들에게 과시를 하고 싶은 건지, 공유를 하고 싶은 건지 도저히 모를 희한한 감정에 휩싸였던 날. 아니 어쩌면 그냥 조금 외로웠던 날.

이 글을 썼다.


독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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