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ours

-순간이 전부였어

by Artist K

그리운 언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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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Hours에서 주인공 버지니아 울프는 "왜 당신 소설의 등장인물은 항상 죽느냐"라고 묻는 남편에게. "누군가가 죽어야 다른 누군가가 살 수 있다"라고 말해요. 영화 디아워스는 각자 다른 시공간에 살고 있는 세명의 여성들을 통해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투사하고 끊임없이 죽음에 대해 질문해요.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영화는 결국 모두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란 걸 느낄 수 있어요. 영화는 깊고 어둡지만 시적이면서 아름다워요. 전 그 아름다움의 중심에 푸른 파동으로 작용하는 것이 문학이라고 생각해요. 문학적 은유를 영상화시키는 일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잘 보여주는 영화였어요. 물론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나 훌륭하였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매릴 스트립이 꽃을 한 아름 안고 가는 장면. 영화에 상징적인 이미지로 꽃이 자주 등장해요. 버지니아 울프가 시 든 꽃들 사이에 누워있는 죽은 새를 바라보는 장면은 오래된 "스틸 라이프"와 같은 감흥을 주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매릴 스트립과 딸과의 대화예요.

네가 언제 가장 행복했냐고 내게 묻는다면,
어느 날 아침 새벽녘 잠에서 깼는데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너 그런 느낌 아니? 그리고 난 생각했지. 이제부터 행복의 시작인 거야. 이건 시작이고, 더 큰 행복이 올 거야.라고. 그러나 다 헛된 기대임을 알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내게 일어나지 않았지. 하지만 그 순간 행복했고 It was happiness. 바로 그 순간이 전부였던 거야. It was the moment right t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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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내게 스틸라이프는 정물화가 아닌 그 '순간'이 응축된 풍경화예요. 동양의 오래된 낙원이 정지된 시간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처럼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작업들은 모두 같은 이야기에서 출발해요. stay in it.
그곳에 나 머무를 것. 죽음과 '함께'있으므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기억할 것.
네덜란드에서 전쟁 요새(fort) 돌비석에 새겨진 숫자들 '태어남-죽음' 그 숫자들만 모아 큰 풍경화를 만든 것은 '순간'처럼 보이는 다른 이들의 삶과 죽음으로 또 다른 낙원을 만들고 싶어서였죠. 그 풍경 역시 제겐 스틸라이프이자 풍경화입니다.

일요일마다 이곳의 벼룩시장에 가면 무수한 그리고 견고한 시간의 흔적들을 만나요. 독일인들은 '잘' 간직하는 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전쟁으로 이미 많은 것을 잃었기에 남아있는 것들이 더 소중한 거겠죠.
당분간 스틸라이프 작업을 더 해볼 생각이에요. 지금 제게 작업은 새로운 장소와 마주하면서 제 낙원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글이 길어졌네요.
그럼 또 통화해요. 늘 고맙습니다!

2014년 10월 독일에서, 그리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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