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자리 또는 붉은 여왕 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은 말한다.
“이 나라에서는 네가 최대한 빠르게 뛰어야 같은 자리에 있을 수 있어. 만약 네가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적어도 이보다 두배는 빠르게 뛰어야 하지!”
그런 기분이 든 적이 있었다.
여기는 한국보다 심지어 하루의 시간이 느린데도.
나는 힘을 다해 뛰고 있는데도.
계속 같은 자리에 있는 느낌.
앨리스처럼 낯선 나라에서.
붉은 여왕을 따라 그저 뛰고 있는 느낌.
저 작은 문에 들어가고 싶은데, 내 몸이 너무 커져버려 못 가고 있는 느낌.
그래서 나는 다시 작아져야 하고
그렇게 작은 나를 잘 받아들여서 다시 이 여행을 계속해야 하는 앨리스의 룰.
여행자의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