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온 Jun 09. 2022

나의 해방 일지-2

내가 생각하는 추앙이란...

드라마가 끝났는데... 아직도 나는 이 드라마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나를 추앙해요!"

내가 이 드라마를 보기 전 포털 사이트에선 추앙 이란 단어가 출몰했다. 추앙.. 너무 낯선 단어다.  

추앙 : 높이 받들어 우러러 봄.


내가 이해한 미정과 구씨의 상황은..

구씨;

술 마시고 코피 흘리며 쓰러진 구씨..또 술을 마시는 구씨. 

미정;

남자 친구와의 돈문제, 회사 동료들과의 불편한 관계, 무시하는 직장 상사... 쓰나미처럼 몰려드는 쓰레기 같은 상황. "못하겠어요.. 힘들어요.. (우는 미정).. 지쳤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 못됐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지쳤어요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

그런 상황에서 미정이 구씨에게 던진 말.


"왜 매일 술 마셔요? ""아니면 뭐해?"

"할 일 줘요? 술 말고 할 일 줘요?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개새끼.. 개새끼.. 내가 만났던 놈들은 다 개새끼..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조금 있으면 겨울이에요. 겨울이 오면 살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게 앉아서 보고 있을 것도 없어요. 공장에 일도 없고, 낮부터 마시면서 쓰레기 같은 기분 견디는 거 지옥 같을 거예요. 당신은 무슨 일이든 해야 돼요.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돼. 추앙해요." 


나도 추앙받고 싶다. 간절히. 결혼 생활 19년 차. 아내, 엄마, 며느리, 딸.. 오로지 "나"가 아닌 역할로 부여받은 존재. 얼마 전 나의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가.. 질문했다.  

누군가를 돌보는 존재가 아니고서 순수한 나는 존재하는가? 

가족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인가? 뭐하는 사람인가? 중1이던 둘째 아이에게 "네가 대학 가면 엄마는 한국 가서 살려고.. 어때? 괜찮아? " 하고 물었다. 아이의 바로 이어지는 대답.."밥은?". 헛.. 헛웃음이 나왔다.  

이게 내 존재의 이유구나...  눈물이 났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 중요한 임무인 밥하기를 안 하면.. 남편과 아이들은 알아서 밥을 잘~~~ 차려 먹었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난다. 난 왜 사는 것일까? 내가 하는 말은 잔소리다.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다. 추앙받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추앙이란? 

드라마를 보면서 미정은 구씨가 술 마시는 게 맘에 걸리지만 구씨에게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가 술 마시는 상황을 그냥 들어주고 공감도 해준다. 그러한 미정의 구씨에 대한 믿음과 존중과 아끼는 마음이 전달되어서인지...구씨는 술을 끊으려는 마음이 생긴다. 본인이 살아야 할 이유를 느껴져서겠지. 


이 둘을 보면서 내가 내린 추앙의 조건은,  

첫째는 믿어준다. 그의 생각을 존중한다.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둘째는 응원하는 것...


미정이 구씨에게 먼저 "나를 추앙해요"라고 말했지만 거절당했고 그러다가 쿨하게 내던진 말 

"혹시 내가 추앙해줄까요? 필요하면 말해요

먼저 손을 내밀었다. 

결국 미정이 구씨를 추앙해줬기에... 구씨도 미정을 추앙하게 된 것 같다. 


존중과 응원해주기. 그리고 먼저 추앙해 주는 것.




나는 가족들에게 추앙받고 싶어 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추앙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을 보살피고 이끌어줘야 한다는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적하고 평가했다. 그들에게도 각자의 상황이, 각자의 어려움이, 각자의 감정이 있었지만 난 그걸 보려 하지 않았다. 내 생각과 판단이 앞섰다. 그들의 결과적인 행동만을 보고 비판했다. 그러고 나서 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나를 무시한다고 서운해했다. 


미정의 독백이 기억난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의 개새끼들도 시작점은 다 그런 눈빛...'넌 부족해'라고 말하는 것 같은 눈빛.  

 별 볼일 없는 인간이 된 것 같은, 하찮은 인간이 된 것 같은 느낌.  

 우리를 지치고 병들게 했던 건다 그런 눈빛들이었다.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발견하고자 달려들었다가 자신의 볼품없음만을 확인하고 돌아서는 반복적인 관계.  

 어디서 답을 찾아야 할까..... "   구씨 왈..."너는, 너는 누구 채워준 적 있어?" 


이 말이 나에게 비수가 되어 꽂혔다. 그리고 내가 나 자신을 하찮은 존재로 느끼게 만든 건 가족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그들을 병들고 지치게 만드는 눈빛으로 대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미정이 구씨에게 하였듯이.. 나도 내 가족들에게 사랑을 넘어서는 추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면 믿고 응원해주기 말이다.

그러면 구씨가 미정을 다시 찾아왔듯이, 남편과 아이들도 나를 추앙해 주지 않을 않을까 싶다. 


내가 먼저 추앙하자! 으쌰!

이상하다. 이렇게 맘먹고 나니 왜 해방감이 들까? 


p.s 봄이 되면 당신과 나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거예요...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해방 일지-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