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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온 Jun 25. 2022

나의 해방 일지 -3

 창희와 욕망에 관하여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는 등장인물들이 현재 살아가는 세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인간 군상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한 명 한 명 모두 소중한 인물들로 느껴진다. 당연히 미정과 구씨도 너무 흥미로왔지만, 

난 창희가 계속 눈에 밟힌다. 

특히 창희의 꿈 이야기는 너무 웃프다. 그런데 마음이 묵직해진다. 그리고 나는 생각이 많아진다 




창희 : 욕망 덩어리 vs. 평범함


처음에 창희의 캐릭터는 친근했다. 욕망 덩어리로 보였기 때문이다. (꿈이라는 단어보다 욕망이 더 잘 어울리는 단어 같다). 그는 부자가 되고 싶고, 좋은 차를 타고 싶어 하고 목 좋은 가게가 나왔을 때 놓치지 않고 살 수 있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족이길 원하고, 경기도 외곽 동네 말고 서울 시내에 살고 싶어 하는 그런 욕망들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런 바람들이 욕망인 것인가. 왜 난 평범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그리고 나도 이런 생각을 품고 사는 데 나도 욕망 덩어리 인가? 롤스로이스를 보고 황홀해하며 구 씨에게 아기처럼 매달리는 창희를 보면서 나는 살짝 눈물이 났다. 그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아서. (남편, 진짜 롤스로이스를 원하는 건 아니야..)  


창희의 진짜 욕망 vs. 가짜 욕망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꿈이라고 믿고 살아왔지만 과연 그것은 진짜 욕망인가? 태어나지도 않은 형을 찾아대며 자신이 장남으로서 지게 되는 책임감을 버거워하는 창희. 그리고 상대적 빈곤감.. 서울에, 강남에, 비싼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가난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상황. "내가 사는 산포는 계란의 흰자 부분이야... " 그런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안에서 상대적으로 느껴야 하는 빈곤감이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쫓게 한다. 그리고 이미 누리고 있는 자들을 당연하게 미워하며 그들을 앞지르고 싶은 마음. 그러나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창희가 혼자 클로즈업되는 장면에서 그는 주로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물끄러미. 자신이 도달해야 하는 곳으로 상정한 곳인데, 그 표정이 밝지가 않다. 혼란스러운 욕망... 상대적 빈곤감. 박탈감 그로 인한 자괴감은 사람에게 엉뚱한 욕망을 가지게 하는 것 같다.  


 


 그런 창희가 회사를 그만두었다. 자신은 돈, 여자 명예에 깃발 꽂고 싶은 마음이 없고 끌려다니는 삶을 끝내고 싶다며 말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의 진짜 욕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친구 현아의 전 남자 친구, 결국 가족도 아닌 남... 의 임종을 지켜주느라  자신의 사업이 망한 창희. 진정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그런 선택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그렇게 원하던 차도 산다.  " 아버지, 우리 가족은 화목해질 거예요. 그러려면 4인 가족이 함께 탈 차가 있어야 해요". 자신을 내세우려는 비싼 고급차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기에 필요한 용도의 차인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편하게 집에 데려다 줄 용도의 차 말이다. 그리고 가족, 재혼한 아버지와 새어머니 맘을 편하게 해 주려고 악착같이 빚을 갚은 창희다. 가족을 위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에게 가족은, 살가운 대화가 오가는 행복이 넘치는 가족이 아니지만, 그에게 살아가는 근간이 되는 것 같다. 



 그렇게 편의점 점주로.. 장례지도사로.. 본인의 의도한 계획이 아니었지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창희이다. 결국 그는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위로를 주는 것이 본인의 존재의 이유라고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 

그것이 그의 진짜 욕망이 아닐까..... (창희는 진정 휴머니스트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나는 창희를 제일 잘 대변해주는 대사는 이것으로 꼽고 싶다.


 창희가 행복해하며 말한다. '나는 가랑비 같은 존재인가 봐..' 

무더운 여름날, 그날도 정대리에게 짜증 제대로 받던 날이다. 은행 단말기에서 한참을 기다리는 창희. 에어컨은 고장 나 보이고 다른 줄은 잘 빠지는데 그가 선 줄만 가장 느리다. 누군가 툭 건드리기만 해도 빵 터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뒷사람이 톡톡 두드린다. 버스 놓칠까 봐 그러니 자릴 양보해주실 수 있냐고 묻는 아저씨. 그는 몇 초 생각하다가 흔쾌히 양보한다. 그리고 그 아저씨가 떠난 뒤 확인한 메시지. 

 '잔액이 부족하여 5만 원을 인출할 수 없습니다.

본인도 힘겨운 시간을 버티고 있지만 , 힘들어하고 있는 다른 이에게 작지만, 잠깐이라도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푸근해지는 창희다. 




그런 창희를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 존재의 이유는 무엇일까? 나도 가끔 가랑비 같은 존재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가랑비 되려다 내가 사라진다. 글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데, 남편이 "배고프다. 오늘 저녁은 뭐야? " 아이들이 "엄마 체육복 빨았어요?" 하면 어느새 노트북을 덮고 일어나는 나를 본다. 잠깐 하고 오면 되지 싶은데, 다시 돌아오는데 며칠이 걸린다. 


 그래도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진정 나를 위한 시간 말이다. 그래서 글쓰기에 매진하려고 한다. 

브런치 사이트를 열고 글쓰기를 할 때 보이는 "작가"라는 단어에 기분이 으쓱해진다. 그러다 진짜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의기소침해진다. 언제 저렇게 쓸 수 있을까? 그러나 글을 쓰다 보면 나를 찾게 된다. 창희가 돌고 돌아 장례지도사가 되고자 했듯이... 나도 이렇게 글을 쓰다 보면 내 길을 찾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진짜로 내가 원하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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