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박사 이후 강의료 월 60만원에 열정을 쏟고, 초빙교수 가능성 발언에 들뜨다가, 살인적 폭염에 계절학기를 마치고(이 마저도 감사해야 한다), 이렇게는 내 생계가 불안해 본격적으로 취업, 연구소에 이력서를 한 40여개는 넣었지만 모두 낙방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는 분명 슬프다. 절망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프리랜서로 6개월째 진행 중인 돈은 선불로 받고 이미 봄에 다 써버린 보고서를 쓰다가 홍차를 마시는데 행복이 밀려온다. 제기랄.
올 2월, 학위수여식 일주일 전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남긴 누더기 같은 모시 이불을 가져왔는데,
마음 먹고 그걸 빨아서인가?
저 낡은 모시 이불은 성긴 조직을 놓지 않고
그나마 사각형을 유지한다.
슬퍼야 하는데 아름답다.
이 순간이 감미롭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