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팀장과 팀원의 다차원적 차이

- 나 같지 않은 너희들을 볼 때

by Kelly Kenye Kwon

늙은 호랑이 같았던 제조기업을 나오고 다시, 대기업 산하 agency에 입사를 했다.

관료적이고 무기력했던 이전 기업과 달리 이곳은 조직력이 너무도 약했다. 그 덕분에 출퇴근 시간 간섭은 받지 않았지만 한 팀에 차부장급 10여명을 가진 70명 (인턴사원 포함) 조직의 팀장은 상무 직급의 단 1명이었다.

대신 프로젝트 기반으로 파트가 꾸려졌는데, 나는 연간 프로젝트를 맡다보니 PM이지만 팀장과 다름없이 구성원을 챙길 수 밖에 없었다. 이 프로젝트 파트에 구성된 대리급들은 3년 전 회사에 같이 몸담았던 대리들이었다. (업계가 좁기도하고, 내가 워낙 이직을 많이 해서 같은 업계에 왠만한 사람들은 이름이라도 들어본 경우가 많다) 그 대리들은 일 잘하기로 소문이 났었고, 워낙 태도도 반듯해 보였기에 처음 이들로 파트가 꾸려졌을 때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자신감으로 가득 차 한해를 시작했고, 고객사 내에서도 독하기로 소문한 클라이언트였지만 그녀와 합을 맞춰가며 상반기를 보냈다. 그런데 1년을 무탈하게 가는 법은 없었다.

상반기가 흐른 지난 주 즘, 두 대리 중 한명이 가볍게 맥주나 한잔 하자는 자리가 길어질 때 즘 울며 불며 그 동안 힘들었던 부분을 토로했다. 두 명 중 개인적 취향이나 일하는 방식이 나와 비슷해서 내가 더 아끼고 좋아했던 대리였다. 그런데 사이사이 드러내지 않았던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머리도 좋고, 일하는 sense도 좋았는데, 이런 이유로 내가 너무 기댔는지, 자연스레 그 대리에게 일을 더 많이 주고, 더 빨리 끝내와도 당연하게 굴었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대리는 꽤나 정치적인 성향인지, 잔머리도 많이 굴리고 내 앞에서는 '네~' 하지만 뒤로는 꽤나 다른 소리를 해대고, 또는 다른 사람들한테는 티나지 않고 상대방은 알 법한 방식으로 다른 대리를 견제하기도 했던 것이다. 눈치는 챘지만, 확증도 없고 그런 태도적인 부분을 문제삼기엔 큰 사건이 없어 그냥 넘겼는데, 이 친구에게는 안팎으로 많이 쌓였던 것이다.


이미 맥주와 소주를 한껏 마신 뒤였고, 언제나 그렇듯 사장님이 문닫아야 하니 나가줄 수 있냐고 할만큼 늦은 시각이었다. 덥기도 하고 머리도 아팠지만, 그녀를 그대로 집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사장님이 가게 정리를 할 때까지 다른 데 가는 시늉을 했다가, 사장님이 자리뜬 뒤 가게 앞 야외테이블 용으로 쌓아둔 빨간 플라스틱 의자를 빼내 앉았다.

"좀더 얘기를 하자.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여지껏 말씀드렸잖아요. 왜 자꾸 모른척 하세요?"

"그건 네 감정이 섞인 얘기들이고, 공식적으로 말해줘. 내가 어떻게 처리했으면 할지. 그 얘기를 듣고 하반기 운영을 다시 생각해볼게"

말은 내뱉었지만, 이미 섞일 대로 섞인 이 상황에서 공식과 비공식, 감정과 일처리...의 구분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도 난 비겁하게 그 친구의 입을 빌려 내가 해야 할 일을 강요받고 싶었다.

그래. 스스로 결정하기 겁났던 것이다.


쓸데없는 많은 얘기들이 흐르고 우리 몸은 모기떼들에게 신나게 물리고 나서 각자 집에 갈 택시를 불렀다.

다음날은 공휴일이었고, 난 숙취와 피곤에 지쳐 그리고 상념을 피해 거의 18시간을 잤다. 멍한 머리는 다음날 출근 준비로 머리를 감은 뒤에서나 개운해졌다.

'뭐가 두려운가'

'무슨 공격이 두려워서 화합을 강요하는가. 그들은 이미 너무 다른 제 각각의 사람들인데'


그들과 나는 차이가 많았다.

직급도, 일에 대한 비전도, 나이까지도 차이가 많이 난다. 내가 일에 재미를 붙일 때와 지금 그래야 할 후배의 업계 상황도 매우 다르다. 당연하게 도와주고, 동료의식으로 가득 찼던 내 시절의 태도를 지금 이들에게 기대할 수 있을까.

더욱 당황스러운 건, 나와 이들간의 차이 뿐 아니라 동질적인 세대라 할 수 있는 이들끼리도 유사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충 떠올려도 밀레니얼 세대를 지칭하는 말은 '젊은 꼰대', '글로벌 노마드', 'Jobless 族', '공시族' 등 다양하게 표현된다. 마케팅 말장난처럼 源流는 같으나 표현만 달리 하는 게 아니다. 성향이 아예 다른 방향으로 나뉘고 있다. 바로 내 상황만 봐도 내게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리와 무슨 일 있냐는 듯 무심하게 일하는 다른 대리의 성향은 완전히 반대이다. 이들에게 어떻게 협력, 화합 따위를 운운할 수 있을까.


너무 제 각각인 동시에, (내가 보기에) 자기 표현은 왕성한 이들에게 적용할 방법은 공정하고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managing 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정.말.로. 못하는 것이다.

다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성장할 게 또 생겨 버렸다.

앞으로 남은 기간 내가 이런 managing을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시간이 빨리 흘러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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