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ly Kenye Kwon Sep 11. 2017

At Olomouc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장소에 있다는 것

아쉬울때 떠난다는 말이 이럴 때 적용이 될 줄은 몰랐다. 

체코에 좀 너무 오래 있었다 싶었다. 내가 도착한 게 8월 30일. 벌써 13일 째. 거의 절반이 되어 가고 있다. 

더 있을까 싶었다. 올로모츠.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냥 착한 도시. 

사람들이 못되지도 않고, 정도 있고, 편안한 도시 말이다. 올긴 같은 느낌이었다. 여기서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까. 뭔가 더 달리고 싶었고, Cesky Kromlov에서 보낸 편안한 시간 역시 누적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 호스텔의 멤버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모두 다 친절하고 편안하고 그냥 pure, clean하다. system은 없지만. 딱 country style. 


조금 질리긴 하지만, 이런 장소가 편안함을 주기는 한다.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시간이. 

Olomouc는 한동안 시간을 보내고 싶은 그런 장소이다.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

새롭고 알 수 없는 상황에 봉착했을 때, 내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스쳐지나가는 것을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와중에 좀처럼 들지 않던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많은 것을 해 오면서 살아왔었구나......

대학 졸업 후 번민의 시간도 가졌고,

가능하지 않은 형편인데 대학원도 진학했고 (나는 그때 무슨 용기였는지)

그리고 뒤에 리서치라는 직업도 찾았고,

짧았지만 런던으로 연수도 다녀왔고,

좋은 회사에 다시 취업도 했고, 

다시 쿠바 장기여행을 가고, 

돌아와 책을 쓰고, 출판을 하고,

이 과정에서 진한 사랑도 하고, 

출판을 하고 다시 취업을 하고,

좋은 기업에서 팀장직까지 맡았고,


그러다 결국 정신질환과 신체적인 병을 얻었다. 


어쩌면 지금 나는 한바퀴 삶을 살아낸 것인지도 모른다.

즉, 지금 나는 다시 살아나는 중인지도......


삶이 버거울 때마다 도망가듯이 여행을 꿈꿨었다. 

하지만, 마흔 생일을 포함해 다니는 이 여정은 단순히 도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삶은 어떤 것이든 결정의 댓가가 따른다는 것을 깨달았으므로. 

그 동안 내가 해 온 그 경로들의 댓가. 내가 선택한 결정의 댓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다는 것.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댓가 이외에, 얻은 것이 더 많으므로. 


앞서 열거한 나의 행보들은 나를 그만큼 성숙시켜 준 것들이었다. 


이 작은 체코 마을, 올로모츠에서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는 잘 모르지만.   







작가의 이전글 프라하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