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9시간씩 영혼가출자의 증세
매사에 시무룩하다가, 회사 얘기만 나오면 핏대을 세운다.
먹지 않아도 몸이 무겁고, 팔과 다리는 물에 젖은 신문지 같다.
표정이 없다 못해 점점 어두워진다.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고, 맛집을 가면 과도하게 흥분하고 촐싹을 떨다가, 문득 집에 혼자 있을 때의 나를 떠올리며 ‘혹시 난 조울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조용히 해본다. 그러다 보면 또 급작스레 우울해진다.
이것저것 관심갔던 것을 찾아보고, 어릴적 일기장도 뒤적거리면서 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분야, 그러니까 요리스쿨, 수제맥주, 아랍어공부 같은 것을 엄청 심각하게 찾아본다.
뭘해도 어설픈 것 같고, 차려입고 나와도 비루해보이고, 공들여 화장을 해도 얼굴은 흙빛이다.
이런 증세들이 있다면 당신은 하루에 9시간씩 혹은 12시간 씩 영혼을 내려놓고 살고 있다는 증거이다. 쉽게 말해 네 정신으로 사는 시간이 기껏해야 4-5시간 뿐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