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한참 쓰다가도 컨셉이 모호해지면 멈추는 거다
프리랜서로 하던 일이 마무리가 되고 새해에는 아무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쓰려고 했던 에세이를 마무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몇 달간 놓았던 글은 다시 잡아들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10개의 꼭지 중 7번째 꼭지에 들어서 나는 어색해졌다.
내 인생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브런치며 여러 메모, 기고글의 소재였던 ‘일(work)’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야 한다. 그런데 글은 풀리는데 시답잖고 늘어지는 패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펜을 놓고 눈을 감았다.
‘나는 이 글을 왜 쓰는가.’
이 생각의 답은 출판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걸 쿠바 다이어리를 내면서 절감했었다. 쓸 거리가 많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 즉 글이 잘 써질 때는 이런 생각을 할 틈이 없고 사실 생각도 나지 않는다.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특히 할 얘기는 몸속 가득한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를 때, 어렵사리약간 풀어놓고 나니 신세한탄 같이 늘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잠시 멈추고 생각해 봄 직 하다.
‘나는 이 글을 왜 쓰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그 말을 왜 해야 하는가.’
글 쓰는 걸 마치 한풀이처럼 하려 할 때마다 이 문장을 대뇌이면 조금은 객관성을 갖추게 되는 것 같다. (기분이지만)
몇 초간 생각하고 노트에 컨셉을 적어 나갔지만, 내 젊은 날을 잠식했던 ‘일(work)’에 대한 얘기는 쉽게 풀리지 않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