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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KyuHyang Lim Nov 22. 2015

연못이 있는 미술관에서의 밤

#1 가을 비가 오는 제주도의  본태박물관 , 비오토피아  





본태박물관 가는길 연못위에 잠긴 호텔







나의 관능적인 감각을 최대한 동원하여

제주의 공기를 마셔  보았다.


이 공기를 저장할 수만 있다면 몇 통이나 서울로 보내 놓고  싶었다.

이전까지 느껴본 바 없는 새로운 종류의  상쾌함이다.

며칠 고통받던 비염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비오는 것을 알고도 제주도에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 김포공항에서 이륙을 기다리며





날아야 한다는 요구 때문에 비행기에서는
모든 불필요한 장식이 사라졌으며 ,
그 때문에 비행기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가장 성공적인 건축물이 되었다
 _  르 코르뷔지에







이상하리만치 비가 자주 오는 나날의 연속이다.

나를 둘러싼기류가 심상찮다.  

또한 비행기가 기류를 간신히 통과했다.

제주행 비행기는 불확실한 대기의 흔들림 속에서 차마 그 크나큰 몸체를  유지하는 것 조 차 버거워 보였다. 착륙과 동시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숙소에서 늦은 체크인 후 미술관으로 식사 하러 가는길이 한적하다





특별한 감정을 느꼈던 곳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국 다시 오게 된다.





숙소인 비오토피아 에 도착하자 침묵의 공기로 가득 찬 기시감이 느껴졌다.  

온갖 생명들이 아침이 올 때까지 제 모습을 감추고 숨을 죽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체크인을 하고 나는 아무도 없는 길을  걸어본다. 모퉁이를 한번 돌자 금새 미술관에 다다른 나는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콘크리트를 살짝 맛본다.  묵직하고 차갑기만 했던 그의 콘크리트가 웬일인지 축축하다.  하늘은 푸르지도 검지도 않은 색을 띠고 있었고 Gitane 의 붉은 조각 작품이 밤과 비가 겹쳐진 레이어를 입으니 내 원피스 색과 비슷해졌다.


그 기시감은 전혀 타당성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올해 봄에 방문했던 적이 있던 본태 미술관과 호텔 이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관람객들로 북적이던 미술관 연못의 맞은편에 홀로 고요하게 연못에 잠겨 있던 저 건물은  뭘까? 하며  닿을 수 없는 곳 처럼 느껴지던 , 오늘 묵을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건물은 우리를 과거 어느  지점으로부터 지금과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전통과 물,빛과 제주의 자연이 스며든 안도의 건축물








 제주도는 일본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꽤 가까운 거리에  속한다. 노출 콘크리트의 상징이기도 한 그는 스스로 만들고 싶은 공간을 더 원초적인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 노출콘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특수한 수단으로 개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할 것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건축사상이 흥미롭다







미술관 레스토랑에서 바라본 호텔 The Anex




본태 미술관 안에 있는 작은 연못과 호텔을 바라보는 레스토랑에서 허기진 배를  달래며 정갈한 그릇에 담긴 돈가스를 써는 동안 해가 금세 툭  떨어졌다.

흐린 날에는 비행기만큼이나 해도 자기 자신이 무거운가 보다.



창문  밖으로 연못과 수풀이 보이고  비에 젖은 콘크리트 건축물이 그 속에 잘 녹아  들어있다. 이런 수준의 아름다움을 볼 때면  달콤하지만 동시에 머지않은 끝을  예감한다.  극적인 행복은내게 잠깐 머물렀다 갈 부서지기 쉬운 장면 임을  암시한다.


이런 감정을 느낄 때면 속에서 어떤 묵직한 것이 꿈틀대 눈과 가슴에 최대한 또렷이 담으려고 안간힘을 쓰게 된다.





내가 그날의 마지막 손님  이였다 _ Cafe Bonte





안개비가 오는 제주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육 개월 전 어떤 프로젝트를 위해 출장차 방문했던  기억이 스친다. 파란 하늘 밑의 봄이었던 그때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던  롯데 호텔과 숙소였던 하얏트를 쫓기듯이  오갔다. 기획했던 전시에 관한 중국 TV와의  인터뷰 , 여러 기업과의 협력으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 이야기했던 기분 좋은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안은 채 지낸 그때와 지금의 제주도를  바라봄에 있어서 도통 같은 것이라고는 없다.


당시 생생히 숨 쉬던 몇 가지 감정도 사실도 색이 바래 지고

 하나의 역사적 사실로 그 형태를 바꾼 채 존재할  뿐이다.







Gitane 의 potraut , 붉은 조각 작품이 밤과 비가 겹쳐진 레이어를 입으니 내 원피스 색과 비슷해졌다.







오늘의 이곳에는

세상이 내게 보내는 일시적 박수 갈채로부터의 부담감도 ,

인조 속눈썹 만큼이나 불편한 타인을 향한 의식도 필요 없다.






나와 제주도

가을 , 비 , 미술관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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