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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KyuHyang Lim Nov 06. 2015

뮤지엄  산의 “봄과 가을” #1

분홍치마와 붉은자켓



도심 한 중간에 산다는 것은 매우 평면적이고 현실적이다.



그 속에서 때로는 비현실 속으로의 일탈을 꿈꾸지만 실제로 그것을 경험하는 것에는 약간의 수고가  따른다.

지하철이 다니는 서울 어느 복잡한 한 구역에 사는 나에게 있어 현실적인 공간으로부터의 탈피란 달리는 차 안에서 최소  두세 시간 정도의 지루함을 견뎌내야만 닿을 수 있는 그런 것 이였다.           






봄과 나 , 뮤지엄 산
가을과 나 , 뮤지엄 산





서울에서 출발해 차에서  꽤 지겨운 시간을 버텨 강원도 산 뮤지엄 까지 다 달았다.  들어가기 전부터 동경하던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의 간결한 침묵이  느껴졌다. 지난 5월에 방문했던 봄의 그곳과는 달라졌을 미술관의 변화를 경험할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 심호흡을 한번 하고 봄의 분홍치마 대신  붉은자켓 을단단히 여미었다.







    봄.  vs. 가을




공기가 차가워 졌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의 변화는  매번 겪으면서도  놀라게 된다. 입구에서  마크 디  수베로의  거대한 조각상을 낭만적으로 지탱하던 분홍빛깔 패랭이 꽃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고요하고 맑은 가을공기만이  맴돌았다. 싫지만은 않은 가을만의  매력이다.          





                                     봄 vs 가을


Alexander Liberman_아치형 입구 Archyway 1998 steel 채색된 철 800 x 1200 x 800cm




지난 봄에 보았던  Alexander Liberman 의 조각  "Archyway"는 아찔한 붉은색을 발산하며 부담스러울 만큼 정열적으로 나를 반겨주더니  배경색이 바뀐 그림처럼 봄의 하늘이 배경이었던 조각은 가을 하늘 속에서 그  왕성했던 열기를 잠깐 식히는 듯 차분히 서있었다..  




미술관에 들어가  티켓팅을 하기 전까지 두 번의 놀라움이 기다리고  있다. 바람결을 따라 움직이는 붉은 조각과 뻥 뚫린  자작나무길 에  감탄해 뛰기 시작하던 심장박동이 다시 제박자로 오기도 전에 눈앞에 펼쳐지는 워터가든  때문이다.










안도 다다오의 영감이 비로소  시작되었구나 하고 실감하는 800만 톤의  잔잔한 물에 비친 하늘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그 속에  또 다른 세계가 있는 것처럼 기묘하다.







자연과 건축물에 압도된 나는 서울에서  지배당하던  현실적인  생각을 닫아두고 감각의 모든 스위치를 켜 본다. 볼을 스치는 가을바람 , 들리지 않지만 가득 찬 자연의 소리들 ,  차가운 콘크리트 밑에 흐르는 물결 또 그 속에 담겨진 하늘 , 대체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진 동공과 괜스레 마음이 급해져 속도가 빨라진 심장을 안고



비로소 비현실적인 세계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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