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전시 오픈식이 끝나고 난 어느 날
지난주 지방에서 한 달 넘게 준비했던 전시회의 화려한 오픈식을 치르고 서울로 올라왔다.
사람들의 관심과 이례적인 언론사들의 관심과 방송 촬영 그리고 인터뷰 등 세상이 나에 대해 갖는 일시적인 환호를 뒤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돌아온 뒤 첫 약속을 습관적으로 국립 현대미술관 앞으로 정한다. 그리고는 약속시간이 오기 전에 이미 두어 번은 보았던 전시를 다시 쭉 훑어본다. 같은 부분에서 했던 감탄을 또 하기도 하고 지나쳤던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미술관에 딸린 카페에서 차를 마치고 온통 전시 리플릿으로 찬 정신없는 가방 속에서 쿠사마 야오이 팬을 꺼내 작가 콜라보 노트 위에 느꼈던 것들을 끄적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건조하고 차갑기 그지없는 혹한기 겨울의 콘크리트 위를 걸었다.
오늘 나의 하루를 채색하는 감정의 색은
미술작품에 둘러 쌓여
극적인 아름다움에 허우적 대다 불가피하게 만나게 되는 ,
어느 시점에 밀려오는 지독한 공허함을 증명하는 듯 더디고 차갑기만 하다.
이처럼 예술은 칠흑처럼 검은 밤을 가로질러 화려한 빛을 그리는 폭죽처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잠재된 깊은 열망과 감동을 불러일으키지만
이내 툭 하고 꺼지고 만다.
그리고 그 허무가 재가되어 또 다른 갈망으로 남는다.
그 갈망의 재들은 다시 지펴질 날 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또한 우리를 감동시키고 매료시킨다. 기쁨을 경험하게 하고 또 자극시킨다. 하지만 인간은 어떤 것이 아름다울수록 더 큰 슬픔을 느낄 위험이 있다. 슬픔이 찾아올 때마다 더 강한 자극으로 슬픔을 잊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모레도 새로운 예술과의 조우를 생각하며 눈을 뜰 것이고
집착적으로 세련된 공간을 찾아내 기어코 차를 마실 것이다.
또 새로운 전시를 작가를 작품을 노트에 그릴 것이다.
삶의 모든 영역을 예술에 침범당한 나는
매일매일 더 강한 자극을 기대하며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 자극들은 짖궂게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의 활동에 원천이 될 것이다.
나는 달콤하고도 쓴 이 과정의 반복의 구렁텅이에 빠져 버렸다.
"눈에 보이는 대상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때 우리는 물론 기쁨을 경험한다. 그러나 동시에 엄청난 공허감도 경험한다"
생 빅토르 후고
LUV contemporary art
갤러리스트 임규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