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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KyuHyang Lim Nov 05. 2015

북촌에서 우연히 마주친

 나의사색 ,가을







“최초의 열정도 언젠가는 그 열기를 잃어 버리기 마련이다.”










 나는 여름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행여

   달아나버릴까  탐욕스럽게 거리를 거닐며

가을을 “탐”하기 시작했다.


 해마다 숨가쁘게 진행 했던  하반기 아트페어 참가를 포기 했더니 가을이 넝쿨째 굴러 들어오는 호사를 누린다. 갤러리를 시작한 후로 처음 제대로 맞이하는 가을이다 싶다.

긴장감도  어깨의 무거운 짐도 덜어버린 나만의 오롯한  2015 가을의 색은 천연이다.     















말 그대로 가을을 탐하기 제격인 동네는 여지없이 북촌이다. 달마다 끊임없이 작가들의 전시가 교체되는 무수한 메이저 갤러리들과 삼청동 중심을 힘있게 아우르는 국립현대미술관은 평소 내가즐겨찾던 곳이지만 가을이 주는 특별한 기운 탓일까  방향을 틀어 작은 골목길에 들어서 보았다.












우연찮게 만나게 되는 담쟁이 , 낡은 벽 , 문을 가득 담은 가을 하늘에 취해

 헤어나오지 못한대도 무리가 아닐것이다.







언젠가부터 오래된 벽이나 문을 보면 나도 모르게 집착적으로 카메라에 담는 모습을 발견했다.

오래되어 의연해진 그런  낡음 에 본능적으로 다가간다 .

그 자체의 지나온 순수한 시간성은 그어떤 물질적 가치로도 대적할 상대가 안된다  .








삼청동 끝자락의 Chloris Tea Garden 테라스에서



























 골목길은

늘 한결같다.

담벼락은 그곳에 가만히 서 있는 것에 한한

베테랑 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나는 늘 나 자신과 다툰다.

무엇을 했는지 하는지 할것인지에 관하여 수많은 내가 충돌한다.

늘 생각이 가득찬 상태로 아침을 맞이하고 잠이든다.
















담벼락은 언제나 거기 그곳에 있는데

나는 내자리에 있기 위해 살아남아야 한다.

내가 사는 곳은


골목길이 아니라 도심이다.



















열정은 사라졌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이 지독한 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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