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ly KyuHyang Lim Jul 08. 2016

갤러리스트들의 전쟁터

아트페어 전시장.

                 







출장 온 날의 아침은 길고  길다. 여느 때보다 정성스럽게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를 하고 가급적이면 새 옷과 스카프를 한다. 그날의 내 아웃핏 완성도는 전쟁터에 나가는 총의 장전 과도 같다.


피곤함을 한가득 안은 표정으로 호텔방을 나서 조금 일찍 도착한 아트페어장을 한번 쓰윽 돌아본다. 전국 어디엘 가나 익숙한 몇 가지의 그림과 낯이 익은 화랑 관계자들의 얼굴. 그들 역시도 나를 비슷하게 생각하겠지.

나는 가급적 낯선 이들과의 불필요한 대화를 삼가는 편이기에.





    

아무리 불경기라지만 아트페어는 해마다 열린다.






내 부스로 돌아와서 오늘의 스케줄러를 확인하고 어제 밤눈감기 직전까지 생각했던 일들을 마무리 지었다. 8월에 있을 전시를 위해 작가 선생님들께 협조 요청 공문을 돌리고 일간지 광고 회사와 통화했다. 도중 몇 명의 관객들이 어떤 팝아트 작품의 재료가 프린트인지 물감인지 물어보아 되도록 성의 있게 대답해주려고 노력했다.      




올여름은 시원한 풀 장 대신 일 구덩이에서 헤엄을 치는 신세를 자초했다. 나의 무방비한 열정은 서울에서 대구,대구에서 연고 없는 창원까지 닿게 했다. 다행이도 올해 아트페어 에서는 시원하고 널찍한 협력 초대 부스에 우리 외국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게 되어 여태껏 다른 아트페어에서 내 어깨 위에 한 더미 쌓여있던  작품 판매 부담을 탁! 털어냈다.

다만 태만하게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을 뿐이다. 빨간 딱지를 두고서 벌어지는 참가 화랑들 간의 신경전과 눈치싸움들이 가득한 아트페어장에 도는 긴장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아주 바쁜 사람 이라는 얼굴로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