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기획자의 넋두리. SUV전를 기획하던 어느날.
올해 대구의 여름도 언제나처럼 가혹했다. 서울의 것과는 너무 다르던 이곳의 여름은 나에게 단지 가을이 오기만을바라는 인고의 계절이었다. Honda 와의 전시 날짜가 확정된 후 서울에 있던 한 계절 치의 짐과 가지고 있던 작가들의 작품을 싣고 대구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차 안에서 이번 전시에 나의 에너지와 열정을 얼마나 쏟아부어야 할지 가늠해보았다. 그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생각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전시 날짜가 8월로 정해지자 간담이 서늘했다. 이런 현실 공포영화가 따로 없다. 전시 오픈까지 두 달 남짓한 시간만을 남겨둔 나는 멋이라고는 없는 공장 같은 자동차 전시장을 어떻게 미술관처럼 탈바꿈시킬까 에 관해 생각하면서 끙끙 앓기 시작하였다. 어떤 걸 놓아두어도 무리가 없는 갤러리나 미술관이 아녔기에 작가를 고르는 것부터 섭외까지 많은 부연설명과 설득이 필요했다. 작가를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땀범벅이었고 스무 명 남짓한 모두 다른 작가의 작품을 1. 그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고 2. 어우러지게 3. 적절한 공간에 배치하여 그들의 4. 작품성이 잘 전해지게 전시 구성을 해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압박은 나를 심술궂게 애태우기만 한다.
이토록 전시 날짜에 쫒겨
일이 고단해질수록 , 고민거리가 생길수록
자신의 작품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하는 작가의
반짝이는 눈을 볼때 일시적이나마 현실을 잊는다.
작업은 잘 되어가고 있는지 안부를 묻는 나의 메시지에
며칠간 홀로 작품과 씨름했을 작가의 작업실 이야기들을
들으면 영혼이 맑아짐을 느낀다.
아.. 이런 이유로 이 일을 시작했었지.
LUVcontemporary art
director임규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