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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Jan 26. 2023

40년 지기 친구들과 유럽여행을 떠난다는 남편

나의 허용 범위를 넘어선 침입자

첫 글을 써 내려간다.


남편과 나는 지인 소개팅으로 6개월이란 짧은 연애를 했고,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혼이란 중대한 일을 결정했다. 인생이 바뀔 수도 있는 동반자를 선택함에 있어서 나는 무지했다고 볼 수 있다. 남편 입장에서도 그러하다.

그러나 지금 내가 이 글을 쓸 수 있게 만들어준 장본인도 바로 이 사람이다.


나와 남편은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달라서 결혼 시작부터 우리는 삐덕거렸다.


외롭지 않기 위해 결혼했다.

이 사람 정도면 인생을 함께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나를 위해주는 모습이 따뜻하고 좋았다.


미친 듯이 물고 뜯고 그렇게 지내다 아이가 생기면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그 당시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하늘은 나에게 엄마가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당시 나는 38세였고 왜 늘 나에게 시련을 주시는지 원망으로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


남편은 시험관 시술로 힘들어하는 나의 불안한 감정을 외면했다.

첫 착상 후 유산을 했는데 지인들과 중국 여행을 갔다.


나는 극도로 외로웠다.

내게 신앙마저 없었다면 생을 마감하고 싶을 정도로

극심한 외로움과 분노로 하루하루 살게 됐다.


원래 가지고 있었던 불안함이 증폭되어 분노로 표출되었고 남편과의 싸움이 그야말로 전쟁으로 치닿았다.


남편이 언제부터인가 싸울 때마다 폭언을 시작했고,

나를 짓밟고 비하하는 발언을 하면서 저기 저 밑바닥으로 패대기쳐버렸다.


나는 나를 바라봐달라고 외쳤지만 남편은 그럴수록 나를 더 외면했고 독하디 독한 발언으로 나의 남아있던 자존감 마저 으깨버렸다.


타인의 말 특히 나의 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내뱉은 칼의 말은 그대로 나의 가슴에 꽂혀 좀처럼 빠지지 않았고 그대로 박혀 철철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그 칼을 움켜쥐고 더 깊이 상처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 아이가 생겼다.

내게도 이런 축복이?

믿을 수가 없었다.

가능성 희박했던 시술 성공에 나는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고, 남편과도 잘 지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첫째를 출산하고 나서도 남편과 부딪혔다.

거의 모두 남편의 '말'이 거슬려서 시작된 싸움이다.

나의 어떤 기준에서 벗어나면 극도로 예민해지고, 남편에게 바로 따져 들기 때문에 큰 싸움으로 번져왔다.

남편은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라 내가 화내는 이유를 몰랐고,  늘 억울해했다. 

나는 서서히 나의 문제를 하나둘씩 캐내기 시작했다.

첫째가 더 크기 전에 바로 잡겠다는 결심을 한다.


첫째가 8개월이 되던 해 둘째가 자연임신이 되었다.

첫째 출산 후 한번 관계를 했는데 그 짧게 나눴던 사랑이 한 생명을 만들어 낸 것이다. 두 번째 기적이었다.

그렇게 기적이를 품에 안았는데...

출산 후에도 싸우고, 조리원 들어갈 때까지도 계속 싸워서 안아주기는 커녕 그 흔한 아기 낳느라 고생했다라든가 고맙다는 말도 못 들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알았다.

나라는 사람이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성숙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후에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나는 내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찬찬히 들여다봐야만 했다.

그래야만 했다. 나는 두 아이들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내가 바뀌지 않는 한 절대로 상대를 바꿀 수 없다.

화와 분노는  관계를 악화시킬 뿐 상대를 움직일 수 없다. 화내고 윽박질러서 움직이는 건 아무 권리도 없는 노예나 다름없는 것이다. 

내가 지키고 싶은 사랑하는 존재들이 이 세상을 신뢰하며 안전하게 살아갈 수 도록 내가 선택한 방법은 침묵과 기다림 그리고 솔직한 정을 말로 부드럽게 잘 표현하는 것이다.


지금도 계속 노력 중이다.

노력하는 중인데 남편이 다시 한번 큰 이슈 거리를 끌고 나타나 내 앞에 펼쳐놓았다.

겨우 차곡차곡 평편하게 다져놓은 나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그게 뭐 어때서?

나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그 이슈가 온전하게 편치 않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던 그것은 모두 옳다. 다만 그것이 내 삶과 주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과 남편과의 관계 회복, 절대로 해내지 못할 것만 같았던 부정적 생각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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