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디자이너-개발자는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한다?!

환상의 케미로 개발자와 대화하는 게 가장 재밌었어요

by 켈리폴리

스타트업 일상과 관련해서 기획자-디자이너-개발자 간 소통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번 다뤄졌었다.

그 중에 공감가는 글도 많았고, 의문이 가는 부분도 많았다.


아직도, 새로운 개발자들을 접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개발자들과 많이 싸우시나요..?
혹은 많이 싸우게 될지도 몰라요...


그에 대한 대답을 하자면,


저는 '개발자'들과 이야기하는 게 제일 즐거우면서 치열한 스타트업 디자이너



입니다:)




설득하고 설득당하는 과정


도대체 소통불가현상은 어디서부터 출발하는 걸까?

비단 디자이너와 개발자와의 대화 뿐만아니라, 모든 관계에 있어서 자신이 하고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은대로만 말하게 될 경우 소통불가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이때, 한발짝만 물러서서 "설득"하는 과정을 가져보면 어떨까?


극명하게 두 스타트업에서 겪었던 저의 경험을 위주로 예시를 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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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스타트업> :소통이 원활하지 못함

디자이너 : "이 버튼 위치 여기로 이동할 수 있나요?"

개발자 : "아..그건 안돼요."

디자이너 : (뭐야..귀찮은건가 아니면 무시하는 건가..)


개발자 : "그리고 이거 개발할 때 이슈사항이 있어서 디자인 조금 수정해야할 것 같은데 괜찮나요?"

디자이너 : "아 그럼 통일성이 떨어져서 안되는데..."

개발자: (그럼 개발이 안되는데 어쩌라는 거야...)




<B 스타트업> : 소통이 자유롭고 원활함

디자이너 : "이 버튼이 현재 위치에서는 사용자 행동 유도가 잘 안되서 그러는데 위치 이쪽으로로 이동할 수 있나요?"

개발자 : "아..그렇게 되면 전체적으로 짜놓은 개발 프로세스상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혹시 살짝 밑인 여기도 괜찮나요?"

디자이너 : 네네! 제가 개발 구조를 잘 몰랐네요! 좋은 제안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시죠:)


개발자 : "그리고 이거 지금 저희가 쓰고 있는 언어가 XXX이라서 여기서 제공하는 컴포넌트를 최대한 살려서 디자인 넣어도 되나요? 일일이 나 커스텀할 경우, 예상치 못한 오류도 발생하고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서요ㅠㅠ"


디자이너 : "아 네넵! 일단 컴포넌트에 맞춰서 최대한 디자인 적용해두겠습니다. 다만, 정렬이나 컬러는 최대한 맞춰주실 수 있으신가요??!"


개발자: 넵! 적용하고 다시 보면서 확인하는 시간 갖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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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입장에서는 레이아웃, 버튼 위치, 간격 등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고민한 흔적들이라서 이유가 설득되지 않은 상황에서 "안돼요."라고 하면 자칫 화가나거나 서운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단지, 내 철학이 담긴 디자인이 거절 당해서? 자존심이 상해서만은 아니다.


한 기능, 레이아웃을 만들더라도 유저가 어떻게 생각할지 치열한 고민 끝에 가져간 결과물이기에, 그 고민 과정 자체가 물거품이 되는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은 더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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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저는 디자이너이기때문에 개발자와의 대화를 통해 짐작하여 작성하는 내용)


개발자 입장에서는 마일스톤마다 명확한 due date가 정해진 상태에서 어떤 디자인은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만큼의 효과를 못 볼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사용하는 언어 혹은 프레임워크마다 한계점들이 분명이 존재하는데 그 범위 밖의 것을 요구하게 되면, 레퍼런스만 찾아보다가 일주일이 지나가는 경우도 다분할 것이다.


flow만 꼼꼼하게 맞춰서 release해도 일단 유저가 사용하는 데 큰 무리가 없으며, 디테일한 에니메이션 등은 나중에 차근히 들어가도 무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남을 알고, 나를 알자!


처음엔 나도 대화로 깊게 풀어보려하지 않고, 얄팍한 자존심싸움을 한 게 아닌가 반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UX디자이너로서 사용자의 경험과 심리를 분석하고 공감하는 사람이 매일 만나서 협업하는 팀원조차 이해하려하지 않으면 스스로 모순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개발자분들과 왜 안되는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먼저 부드럽게 이야기로 풀어내니 같이 해결점을 찾으려고 하는 긍정적인 현상이 일어나더라.


이렇게 해서 개발자('남')의 특성과 사고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고 되었다.





이제 제일 중요한 건 '나'를 알아과는 과정


대화해서 왜 안되는지 이해했다고 해서 무조건 개발자분들이 하고자하는 방향대로 수동적으로 두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수동적으로 제안하는 대로만 다 받아들이면 애초에 의도가 분명하지 않았던 디자인이라고 오해받기 쉽상이다.


나 스스로가 왜 그렇게 디자인했는지 그 의도에 대해서 자신이 있어야하고, 그걸로 설득하는 과정이 이 토론의 꽃이다.


예를들어,

"이 결제 확인 페이지는 꼭 없어도 되는 페이지 아니에요? 프로세스 측면에서 결제했으면 끝인거지 굳이 또 확인 페이지를 보여줘야 할까요?"

라고 물어봤을 때,

"유저들은 자신들이 결제한 내역과 가격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니즈가 있어요. 그게 없으면 제대로 결제가 됐는지? 내가 잘못 산 건 아닌지 불안함이 생기게 되거든요. 저희 서비스의 신뢰 측면에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그대로 적용해서 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라고 자신의 의도와 그걸 그대로 반영시키려는 노력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아예 포기해서 주도권을 넘기는 게 아니라,

설득시키거나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한 후, 타협점을 찾는 과정이 디자이너와 개발자간의 대화의 핵심 포인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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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만 노력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대화와 토론 문화가 어느 기업에서는 도저히 이루어지기 힘든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느껴질 수 도 있을 것이다.

토론을 해서 맞춰나가는 과정을 시간 아깝거나, 효율이 떨어진다고 비난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라면 토론을 존중하는 문화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똑똑한 인재들이 모여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시너지를 이룰 수 있다는 게 유일한 장점이라고 볼 수 있는 스타트업에서 기업 문화차원에서 존중을 해줘야, 개인들도 서로 설득하고 존중하는 노력을 시도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토론과 티키타카를 존중하는 스타트업 문화도 필수!




다음 글은, 서로 던지는 아이디어와 메세지가 너무 다양할 경우 생기는 과정과 결과에 대한 글을 써내려 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