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고 싶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신 거죠??”
인터뷰할 때마다 사람들은
이 그림에 대한 나의 의도를 묻고
내 재능에 대해 좋은 평을 늘어놓는다.
인간의 이중성을 심플한 듯 난해하게,
현대적으로 푼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다.
심지어는 이 스타일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업사이드 다운 프린팅이 된 티셔츠가
패션계를 두 시즌 동안 장악했으니까
그럴 때마다
실수가 만들어 준 명성이라고
고백할까 말까 고민을 한다.
실수로 나온 작품이
작품성을 인정받기까지 하니까
그저 흥미로워서 인터뷰할 때
매번 고백을 고민을 한다.
사람들의 환상을 지켜 주는 것이
아티스트의 도리이니
인터뷰 때는 고상하게 “ 땡큐”라고
말하게 된다.
죽을 때까지 비밀로 지켜진다면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죽고 난 다음에도 좋은 평을 받을까?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다.
이번 실수로 나는 자꾸 다음 실수를
기대하게 되어 고민이다.
일부러 술을 먹기도 하고
불도 끄고 작업을 해보지만
실수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 작품을 뛰어넘을 만한
완벽한 나의 그림이 아직까지는 없다.
어제까지 내린 결론은
내가 실수를 좋아한다는 사실로
더 이상 실수를 할 수 없다.
실수가 없어졌다.
실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