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412]

눈에 보이도록

by Kema

"오빠, 잠 잘 못잤어?"

아침 햇살에 눈을 뜬 희윤이, 몸을 반쯤 일으킨 채 벽에 기대앉아 있는 김대리를 보며 물었다.


"아니, 무슨 땀을 이렇게 흘렸어?"

김대리 쪽으로 손을 뻗었다가, 흥건하게 젖은 베게에 깜짝 놀란 희윤이 소리를 질렀다.






희윤은 김대리의 손을 잡은 채 힘께 모니터 앞에 앉았다.


"알고는 있었지만...

우리가 상상도 못해봤던 규모의 부채가 재무제표에 들어앉으니까 갑자기 숨이 막히더라고.."


김대리가 충혈된 눈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오빠, 걱정이 이해는 가. 하지만 그냥 앉아서 걱정만 하는 게 제일 힘들잖아?"

일단 저 보증금들이 언제 만기가 돌아오는지부터 정리해 보자."



김대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능숙하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이미 입력해둔 임대차 계약서 전체의 핵심 정보들이,

순식간에 전체 세대의 만기와 보증금을 볼 수 있는 테이블로 가지런히 정리되었다.



"다 됐어. 이제 만기일자 순으로 정렬해볼게."


희윤의 눈이 모니터 화면에 있는 테이블을 꼼꼼하게 훑어나갔다.


"오빠, 우선 두 달 뒤에 만기가 돌아오는 집부터 연락해 볼게.

세 달 네 달 뒤에 돌아오는 집들은 월세니까 크게 신경 안써도 되고.


그리고는 6개월 뒤에 며칠 간격으로 두 집 전세 돌아오는 거 말고는,

나머지는 거의 1년 이상 남았네."


김대리가 희윤을 바라보며 물었다.

"임차인들이 연장한다면 문제가 없을텐데... 만약 나간다고 하면?"


"그 때는 자금 상황 봐서 대응하면 돼.

우리 둘 마이너스 통장도 있고, 계속 모아나가는 돈도 있잖아.


세 달 전에 연락해서 연장 여부 확인하면 충분할거야.

나간다면 바로 부동산에 내놓거나, 수리해서 월세로 돌리던지 하면 돼!"


김대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마워 희윤아. 네 말이 맞았어.

걱정을 구체화시켜서 보니까 또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네."


희윤이 웃으며 김대리의 얼굴을 양 손으로 감싸쥐며 말했다.

"오빠, 우리 즐거운 꿈도 한번 꿔 보자. 어두운 면만 보지 말고."


"응? 무슨 꿈?"


"오빠가 호수별로 현재 기준의 보증금이랑 월세 다 넣어놨잖아?

우리가 나중에 전셋집들을 다 월세로 돌리면 수익이 얼마나 늘어날지 궁금해!"


희윤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김대리는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끼며, 빠르게 키보드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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