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짠줄 알았는데
체리색 방 리모델링을 고민하는 동안,
김대리 부부는 뜻밖의 난적인 '관리비'를 만나게 됐다.
월세를 내는 세대는 드물었지만,
관리비만큼은 전세든 월세든 모든 세대가 내고 있었다.
처음 임대 현황을 받았을 때,
김대리도 대부분 사람들처럼 관리비를 건물주의 ‘꿀 같은 부수입’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현실은 정반대라는 걸.
김대리 건물엔 세대별 수도 계량기가 없었다.
건물 외부 메인 파이프에 달린 단 하나의 계량기에 모든 세대의 사용량이 한꺼번에 찍혔다.
각 세대의 사용량은 알 길이 없었고,
상하수도 요금은 전부 건물주의 몫이었다.
정화조 관리라는 복병도 있었다.
건축 당시 시의 오수관 용량이 부족해 주변 몇 채와 공동 정화조를 설치해야 했고,
주기적으로 수거 차량이 와서 비워야 했다. 전기료도 꼬박꼬박 나갔다.
분리수거장도 문제였다.
아파트라면 관리소장이 책임지겠지만, 원룸 건물에 관리소장이 있을 리 없었다.
재활용품이 뒤섞이고, 쓰레기 무단 투기가 이어지면 결국 건물 위생과 환경이 엉망이 된다.
누군가는 청소하고 정리해야 했고, 그 누군가를 고용하지 않으면 직접 해야만 한다.
계단, 복도, 옥상 같은 공용공간 청소까지.
낙엽, 꽃가루, 눈비까지 겹치면 순식간에 흙먼지 투성이가 됐다.
흔치는 않아도, 가끔 취객이 실례하거나 빈대떡을 부쳐놓는 경우도 있다.
복도가 더러우면 임차인도, 집 보러 온 사람도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여기에 계단, 복도, 그리고 외부 등 조명을 밝히기 위한 전기료도
고스란히 김대리의 부담이란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얼마 뒤 날아온 첫 수도요금 고지서는 두 사람을 경악시켰다.
절약이 생활이었던 김대리 부부에게 수도세는 늘 신경 쓸 필요조차 없는, 가장 작은 지출 항목이었다.
그래서 “관리비로 수도세를 충당한다”는 부동산 얘기를 들었을 때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까짓 게 얼마나 나온다고.’
열일곱 세대가 함께 쓴 요금은 무려 30만 원이 넘었다.
게다가 지금은 물을 본격적으로 쓰는 계절도 아니다.
복도·계단 청소비 15만 원, 분리수거장 관리 20만 원, 정화조 관리비 30만 원.
합계만 해도 숨이 턱 막혔다.
세대당 5만 원씩 85만 원이나 되네, 싶던 관리비는 순식간에 구멍이 뚫렸다.
월세는 은행 이자로 빠져나가고, 관리비는 적자.
복도에 조명 하나만 나가도, 몰래 버린 폐기물만 생겨도,
모든 비용은 고스란히 김대리 월급에서 생돈으로 빠져나갔다.
“오빠, 청소랑 분리수거 그냥 우리가 할까?”
관리비 내역을 본 희윤이 울상을 지으며 물었다.
“청소랑 분리수거? 나 어린이집에서 다 배웠어! 내가 할 거야!”
하율이가 깡총깡총 뛰었다.
하지만 거주를 한다면야 모를까,
청소와 분리수거만을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건물을 찾는다는 일은
직장인의 현실 상 쉽지 않은 일이었다.
김대리는 버둥대는 하율이를 꼬옥 끌어안으며 말했다.
“우리 얼른 방 하나 리모델링해서 임차인부터 들이자.
그래야 관리비 적자부터 막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