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혀보자
"네? 화장실만 오백 만원이요?”
희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직 자기 집 한 번 제대로 꾸며본 적 없는 두 사람에게 인테리어 공사는 낯선 세계였다.
비어 있는 방을 예쁘게 고치기로 한 결심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어떻게?'였다.
우선 동네 인테리어 업자를 찾았다.
가격만 적당하면 일단 맡기고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옆에서 보고 배울 생각이었다.
업자는 대뜸 건물 위치를 묻더니, 가서 본 적이 있는 집이라며 툭 하고 견적을 던졌다.
“좁다고 싼 게 아니에요. 작업 동선도 안나오고…
오히려 작업하시는 분들이 더 안하려고 해요.”
원룸 치고 너무 비싸다는 김대리의 이야기에 업자는 손사레를 쳤다.
어차피 일당으로 쳐야 하는 작업자 공임이야 동일하고, 타일 자재값이나 좀 빠지는데,
결국 총 비용에는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희윤아, 지금 우리 형편에 저 금액은 너무 부담스러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우리가 한번 해 볼까?”
하율이의 손을 잡고 걷던 김대리가 입을 열었다.
“그래 오빠. 어차피 고쳐야 할 방이 열 여덟 개야.
첫 번째 방은 우리 연습장으로 쓰지 뭐.”
희윤이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김대리는 희윤의 말에 몸에 새로운 힘이 솟는 것 같았다.
‘그래. 뭐든 할 수 있어. 배워나가면 되는거야.’
물론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았다.
둘은 인터넷을 뒤져 임대사업을 하는 건물주들의 까페를 찾아 조언을 얻고,
셀프 리모델링 동영상을 보며 정보를 모아나갔다.
세상에는 훌륭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김대리는 한숨을 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우린… 정말 우물 안에서 회사만 다녔구나.'
그래도 결국, 해야 할 일의 목록은 만들어졌다.
1. 체리색을 화이트톤으로 바꾸기 위한 페인트칠
- 몰딩, 문틀, 실내 도어, 베란다 등
2. 욕실과 주방, 그리고 현관 타일 교체
3. 싱크대 및 가스레인지 교체
4. 현관문 도어락 시공
5. 욕실 변기, 세면대, 거울 등 도기 교체
6. 문 손잡이 및 스위치, 콘센트 교체
7. 도배, 장판 교체
8. ….
적기만 하는데도 어느새 정신이 아득해졌다.
“생각보다 장난이 아닌걸?”
김대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동영상 보니까 혼자서 다 하는 사람도 있더라고."
희윤이 생각에 잠긴 채 대답했다.
“그래 희윤아. 일단 첫 세대는 연습장처럼 해보기로 했으니까, 한번 부딪혀 보자.
직접 헤딩 한번 해 봐야 맡겨야 할 거랑 우리가 할 거를 알 수 있을거 같아.”
희윤은 용기있게 나서는 김대리가 믿음직했다.
그랬다. 실제로 부딪혀보기 전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