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418]

파괴왕 김대리

by Kema

뭐가 문제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변기가 너무 큰 게 문제인지, 자신이 설치를 잘못한 것인지.

아니, 애시당초 변기에 사이즈라는 게 있기는 한 건가.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문이 닫히지 않는다는 현실이었다.




김대리는 세면대를 고정하던 스패너를 내던지고 변기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정심도 딱 맞췄고, 물도 시원하게 내려갔는데.


산 하나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문이 닫히지 않는다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아무리 살펴도 원인은 알 수가 없었고, 문은 여전히 변기 끝에 걸려 닫혀지지 않았다.



“이거 어떻게 해야하지?”

자포자기한 듯한 표정으로 김대리가 물었다.


“어떡해… 이제 막 백시멘트 애써서 다 발랐는데..”

희윤이 무너지듯 쪼그려 앉아서 울먹였다.






김대리는 방향을 알 길 없는 분노에 휩싸였다.

왜 세상에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는거야. 내가 뭘 잘못한 거냐고.


변기를 노려보던 김대리는 변기와 문이 걸리는 부분을 자세히 살폈다.

문의 회전 반경으로 미루어, 정말 딱 1cm만 변기가 뒤로 빠지면 문이 닫힐 것 같았다.



김대리는 결연한 표정으로 희윤을 바라보았다.


“희윤아, 잠깐 나가있어봐.”






희윤은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내가 저놈의 인간을 말렸어야 하는 건데..’

때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폭격을 맞은 듯한 욕실 안에 김대리가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표정으로 나동그라져 있었다.


바닥에는 부서진 타일 조각과 변기가 나뒹굴고, 새로 산 세면대와 거울이 깨진 채 반짝이고 있었다.







“흐어어억 억!”

김대리는 한 손으로 변기를 뒤로 밀며 다른 손으로는 문을 잡아당겼다.


변기와 벽 사이 좁은 틈에 들어가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힘을 쓰려니 마음먹은 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삽시간에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아무리 용을 써도 문짝은 닫힐 기미가 없었다.



“안되겠어. 차라리 문을 변기에 딱 대 놓고 발로 차봐야겠어.”






희윤은 이때라도 자신이 김대리를 말렸어야 했다고 자책했다.

왜 저 인간 하는 짓을 그냥 두고 보았을까.


어쩌면 사실 말릴 기운조차 남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쾅!’


발바닥으로 문짝을 밀어차자 변기가 들썩 하더니 조금 뒤로 물러앉는 것 같았다.

오 움직인다! 하는 마음에 김대리는 온 힘을 다해 회심의 일격을 가했다.



‘쾅!’


이번에는 쾅! 소리가 끝이 아니었다. 거의 동시에 덜커덕 하는 소리가 나더니 채 마르지 않은 백시멘트가 뜯어지며 변기가 공중에 살짝 떴다가 떨어졌다.


문짝과 변기는 이제 서로 꼭 끼어 둘 모두 움직이지 않았다.

한 번만 차면 문이 변기를 지나 문틀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희윤은 조마조마하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걸 저렇게 해서 닫더라도 문을 다시 여는 일은 불가능할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김대리의 얼굴을 보자 무슨 말을 해도 귀에 안 들어갈 것 같았다.


김대리가 다시 한 번 발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며, 희윤은 눈을 꼭 감았다.



‘콩’


이번에는 소리가 이상할만큼 약하게 났다.

거의 빠진 문짝에 잔뜩 힘을 주어 차서 헛발질 비슷하게 된 것이다.


희윤의 눈 앞에서 화장실 문이 쾅 하고 닫히더니 동시에 김대리의 느릿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어 어어어 악!”







거의 다 빠진 문짝에 쓸데없이 체중을 실었던 김대리는 중심을 잃고 허우적댔고,

발길질을 했던 발이 변기 안으로 쑥 들어가고 말았다.

다시 한 번 휘청이는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 손에 닿는 대로 거머쥔 것이 하필이면 변기의 물탱크였다.


앞선 발길질로 백시멘트가 뜯기고 정심이 들려버린 변기는 김대리의 체중을 지탱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김대리는 변기를 안은 채 그대로 뒤로 넘어졌고,

아직 제대로 고정하지 못한 세면대를 덮치고 말았다.






희윤은 잘 울지 않는 편이었다.

결혼하고 나서도 거의 울 일이 없었다.


하지만 벌써 어제에 이어 이틀 연속 눈물이 흐르고 있다.


남편이 어제는 싱크대를 부수고 의자에서 나동그라지더니, 오늘은 화장실에서 변기를 부여잡고 넘어져 있다. 세면대도 반토막이 난 채 뒹굴고 있고, 설치하려고 벽에 기대 놓은 거울도 산산조각이 났다.


“오빠…오빠 괜찮아?”

희윤은 눈물이 흐르는 채로 김대리에게 한달음에 뛰어가 상태를 살폈다.


“어….어 괜찮은거 같아”

김대리는 여전히 한쪽 발은 변기에 담근 채, 변기에서 쏟아진 물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대답했다.


“일단 일어나봐. 손 조심하고. 사방에 유리조각이야.”






둘은 또다시 철물점에 서 있었다.


“공사 잘 되가?”

철물점 사장님이 친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기 사장님… 쓰레기 포대좀 주세요.”

김대리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 버리시게?”


“타일 조각이랑 유리 깨진거 이런거요.”



옆에 서 있던 희윤이 한숨을 쉬며 끼어들었다.



“그리고 작업자 분도 좀 소개시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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