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을 쌓으며 행복을 만들어갑니다

저축보험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의견

by Kema

결혼을 약속한 뒤, 우리는 전세금을 비롯한 결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현금화시킬 수 있는 것들을 찾았다.


나는 신입사원 시절 자금 부서에서 일하며 은행과 자주 접촉했고, 대학 동기들과 선후배 중 금융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영향으로 금융 기관에서 판매하는 여러 상품들을 별 고민 없이 꽤 가입하고 있었다. 각종 해외 펀드와 같은 투자 상품부터 시작해서, 보장성 보험, 그리고 투자와 보험의 경계가 모호한 저축보험까지.


전세금이 급했던 당시, 적당히 손해를 보고 있던 친디아니 브릭스니 하던 펀드들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보장성 보험 몇 개를 해지하는 일은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몇 년을 착실하게 부어 온 30년 만기 저축보험을 해지하는 일은 고민이 깊어졌다.


그 보험은 은행에 다니던 친한 동기 하나가 열과 성을 다해 추천한 상품이었다. 실적을 채우려는 목적을 떠나 절세나 은퇴 후 소득 측면에서 진심으로 좋다고 생각했기에 권했던 것이었다. 미래에 대한 명확한 목표가 없었던 나는, '연말 정산에서 얼마 더 돌려받는다'는 친구의 말에 몽롱하게 소주잔을 비우며 읽어보지도 않은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이런 저축보험 혹은 종신보험의 모집 설명서를 보면, 보통 7년 정도 꾸준히 납입을 하고 나면 원금 손실 없이 해지가 가능하고, 10년 혹은 15년 이상 납입하면 꽤 많은 금액을 이자로 받을 수 있다고 쓰여 있다. 반대로 7년 미만으로 납입하고 해지하려면 확정적인 원금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


보통 이런 저축 보험은 금융기관 직원이나 설계사들의 설명을 듣고 가입하게 된다. 은행 이자 해봤자 얼마 주지도 않는데, 저축 보험은 돈은 돈대로 그것도 복리로 불려 주고, 가입 기간 동안 보장성 보험 혜택도 제공한다. 게다가 중간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상속인에게 원리금을 그대로 이전해 준다니, 겉보기에 이보다 든든한 상품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아무도 강조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바로 왜 일정 기간 - 그것도 인생에 있어 결코 짧지 않은 7년여 - 의 가입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확정적인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가? 아무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지만, 아마 안내문의 어딘가에 깨알 같은 글자로 적혀 있기는 할 것이다. 그 손실은 '사업비' 때문에 그렇다는 취지의 이야기가.


사업비란, 가입자들에게 열과 성을 다해 상품의 장점을 설명한 금융기관 직원과 설계사 분들에게 지급되는 수당, TV, 신문, 인터넷 광고에서 세상 환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연예인 모델료, 화려한 여의도의 보험사 건물에서 근무하는 수많은 직원들의 인건비, 그리고 그 건물을 짓느라 들어간 이자비용과 공사비를 포함한 온갖 비용들을 의미한다. 잘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결국 내 돈을 굴리기 전에, 이 모든 사업비부터 떼고 시작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숨겨진 통계적 사실이 있다. 혹시 이런 전통적인 종신보험의 연간 해지율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는가? 연간 4% 정도이다. 4%라는 숫자가 작아 보인다면, 연간이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간 해지율이 4%인 경우, 30년 만기까지 유지하는 가입자는 전체의 30%가 채 되지 않는다. 열 명 중 세 명 안에 들어갈 자신이 있다고? 행운을 빈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고 가입했다.




결국 나는 손해를 보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해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이렇게 생각했다.

'연예인들 광고비와 인건비를 처음부터 떼이는 게임을 할 바엔, 종잣돈 모아 내 돈 내가 투자하자'라고.


그리고 더 중요한 원칙을 세웠다.

내 돈을 맡길 때는, 그 돈이 어디서 어떻게 굴려지는지를 명확히 알아야만 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내가 통제권을 쥘 수 있어야만 한다.


나는 그렇지 못한 투자들 - 곗돈이나 저축 보험, 지인에게 하는 위탁 투자 - 은 앞으로 절대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인생은 늘 계획대로만 흘러가진 않는다는 걸 곧 깨닫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자산을 쌓으며 행복을 만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