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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사

by Kema

원룸에서 복닥대던 우리 부부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 어느 날 회사에서 근무 중이던 때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산부인과에 들렀는데 아기가 생겼다고 했단다.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와, 고맙다 축하한다는 말만 간신히 전하고는 눈물이 터지기 전에 전화를 끊었다.


아내의 배가 불러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일은 경이로웠다. 아담한 몸매의 아내가 조금씩 통통해지더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불러왔다. 옆에서 보면 이 몸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원래 본인 몸보다 더 큰 배가 붙어 있는 듯했다. 무거운 몸에도 아내는 출산 직전까지 만원 지하철을 타고 악착같이 회사를 다녔다. 크게 불평을 한 일도 없었고, 오밤중에 뭘 사 오라고 시킨 적도 없었다. 그 모든 모습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올바른 방향으로 잘 누워 있던 우리 아이는, 무슨 심통이 났는지 출산 직전에 거꾸로 돌아서고 말았다. 작은 엄마 몸이 갑갑해 발버둥 치다 자기도 모르게 몸이 돌아가 버린 걸까. 이 일로 아내는 제왕절개 수술을 받게 되었다. 자연분만을 원했던 우리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물어봤지만,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는 담당 선생님의 한 마디에 두말 않고 수술을 받기로 했다.


다행히 아이는 무사히 태어났고, 우리는 동네에서 가장 저렴한 산후조리원에서 며칠을 보낸 뒤 비좁은 원룸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창문도 없는 그 산후조리원에서 보낸 며칠이 아내에게는 너무나도 힘겨웠다. 남편이 회사로 떠나고 나면, 마치 젖 주는 기계가 되어 방 안에 갇힌 기분이 들어 전에 없던 우울증까지 생길 뻔했단다. 돈 아낀다고 싸구려 조리원의 창문도 없는 방을 알아서 예약한 아내에게 몹시 미안했다.


우리 원룸은 입주 당시엔 깨끗했지만, 단열에 큰 문제가 있었다. 아무리 환기를 시키고 벽에 공기가 통하도록 노력을 해도 바깥쪽 벽면에는 늘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수시로 락스물로 곰팡이를 닦아 냈지만 이놈들이 자라는 속도를 맞벌이하는 부부의 손길이 쫓아갈 수가 없었다. 낡은 서랍장이 놓인 공간 아래쪽 손이 닿기 어려운 구석에는 늘 검정색 곰팡이가 자리 잡고 있었다.


둘이 사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곰팡내나고 추운 원룸에서 아기를 키우기가 못내 미안했다. 게다가 아내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기간이 끝나면 직장으로 복귀해야 했다.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언니네 아이를 봐주며 함께 지내는 장모님이 계셨다. 우리는 원룸을 떠나 장모님이 지내시는 아파트 단지로 이사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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