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을 쌓으며 행복을 만들어갑니다

먼 길을 건너는 물결이 되길 바라며

by Kema

나이가 좀 들었는지 가끔 시간이 남고 마음에 여유가 생길 때는 문득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방식과 속도로 살아왔는지 되짚어보려 하지만, 기억에는 한계와 왜곡이 따른다. 일기를 썼으면 좋았으련만, 여러 차례 시도하다 중간에 접어버린 걸 보면 나는 그런 타입의 인간은 아닌 것 같다. 다행히 간간히 부동산이나 재테크 카페에 남겨둔 글들이 있고, 무엇보다 빠짐없이 작성해 온 '숫자의 기록'인 재무제표가 있어 기억의 공백과 왜곡을 메워준다.


한창 열정적으로 자산을 쌓아가던 시절엔 여유가 없었는지 남긴 기록이 많지 않다. 특히 신혼 초, 종잣돈을 모으려고 시도했던 다양한 방법들이 기억에 일부만 남아있는 듯해 몹시 아쉽다. 더 많은 에피소드가 분명히 있었을 텐데, 세월이 흐르면서 그 윤곽이 희미해졌다.


어떤 사람들은 기억에만 의존해도 여러 해 전의 일들을 영화처럼 생생히 묘사하곤 하지만, 나는 그런 능력이 부족하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모으는 과정 속에서는 너무 궁상맞고 재미없는 이야기 같았고, 어느 정도 이루고 나니 자랑처럼 들려 위화감을 줄까 꺼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욕망은 죽음과 맞닿아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지 못해 시름시름 앓던 모자 장인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그림자다. 인간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그 이야기에 의미가 있기를 바라며, 누군가가 들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길 희망한다. 이야기가 곧 삶이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지금 이렇게 글을 쓴다.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사료를 뒤지듯 오래 전의 재무제표와 토막처럼 남아 있는 짧은 기록들을, 하나하나 이어 보려고 한다. 마치 어둠 속에서 흩어진 구슬을 손끝으로 찾아 꿰듯,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시 세상에 연결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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