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가 되고 싶어요
스터디 모임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카페를 통해 온라인으로 배울 것들은 초짜인 내 눈에는 무궁무진해 보였다. 특히 그즈음 수익형 부동산 칼럼을 연재하던 회원이 있었는데, 그의 글은 나에게 또 한 번의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관심을 가잔 주제는 다가구주택이었다.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다가구 운영을 꺼려하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이 진입 장벽을 만들어 매입가를 낮춰 주고 있다. 가장 큰 매력은 월세를 받으면서 동시에 거주까지 해결하게 된다는 점이다. 세법 상 1 가구 1 주택에 해당하기 때문에 세금 혜택도 크다. 무엇보다 대지의 지분이 아닌 토지 그 자체를 단독으로 소유하게 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위치만 적절하다면, 장기적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게 되는 것이다.
당시 내 수중에 있던 1억 남짓한 돈으로는 꿈도 꾸기 어려웠지만, 나는 다가구의 개념에 이상하리만큼 매혹되었다. 그래서 카페 글들과 도서관 책들을 파고들며 궁금증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생활 속에서 자주 보면서도 정작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부분이어서, 글을 읽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정리하고 지나가려고 한다.
다가구주택의 역사
건축법상 주택은 크게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으로 나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다가구주택은 여러 가구가 생활하면서도 단독주택으로 분류된다.
이 모순 같은 상황이 벌어진 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농업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전환되던 1970년대, 서울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들은 급격한 인구 유입으로 심각한 주택난을 겪었다.
당시 주거의 기본 형태는 단독주택이었고, 폭증하는 인구는 하숙이나 자취의 형태로 단독주택의 각 방으로 흡수되었다. 이 과정에서 집주인들은 이익 추구를 위해 방을 쪼개거나, 설계와 다른 구조로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화장실과 같은 위생 시설이 턱없이 모자라지고, 취사 공간의 부족으로 화재 등 안전사고 위험이 치솟게 되었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위생과 안전을 관리하기 위해, 단독주택의 범주 안에 '다가구주택'이라는 개념을 새로 도입했다. 세대를 잘게 쪼개 미니 아파트처럼 변질시키는 투기를 막고자 건물 전체를 1인 소유로 규정하였고, 동시에 각 가구가 독립된 주거 기능을 갖추도록 의무화하였다. 그 결과 화장실과 부엌 같은 공간들이 가구별로 설치되었고, 위생과 안전 문제가 크게 개선되었다.
이런 제도적 보완을 통해 다가구는 상경한 대학생이나 직장인 같은 1인 가구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게 된다.
다가구 vs 다세대
다가구와 자주 혼동되는 개념이 있다. 바로 흔히들 '빌라'라고 부르는 다세대주택이다. (연립은 빌라보다 규모가 더 큰 주거형태이다.) 둘은 외형은 비슷하지만 커다란 차이점이 존재한다.
다가구: 여러 가구가 살아도 건물과 토지는 1인이 소유
다세대: 세대별로 소유권이 쪼개져 있고, 토지는 ‘지분’으로 나눠 가짐
다가구는 여러 가구가 존재함에도 1인 소유가 원칙이다. 다세대는 각 세대가 구분된 소유권을 가진다. 다가구는 건물과 토지 전부가 1인의 소유인 반면, 다세대는 각 세대마다 각자 다른 집주인이 있고, 각 집주인들은 건축물의 세대와 토지의 지분을 소유하게 된다. 아파트와 동일한 소유 구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다가구와 다세대는 이렇게 본질적으로 다르지만, 규모가 비슷하다 보니 현실에서는 경계를 넘나드는 일도 생기곤 한다. 흥미로운 상황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세금 측면에서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있어 실제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불법 쪼개기다. 건축법에 따르면 다가구주택은 주거용으로 쓰이는 층의 개수가 3층 이하, 그리고 가구 수가 19 가구 이하여야 한다. 그러나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건축 과정 혹은 운영 과정에서 경계를 넘어서는 건물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3층 건물에 옥탑을 증축해서 생활공간을 만든다거나, 20 가구 이상의 독립된 주거 공간을 만드는 사례이다. 이런 식으로 법에서 정한 기준을 넘어서게 되면, 불법건축물로 등재가 되고 구청 건축과로부터 원상복구명령 및 이행강제금을 부과받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3층이 4층이 되고, 19 가구가 20 가구가 되는 순간, 건물에 대한 법적 지위가 다가구에서 다세대로 바뀌게 된다.
이 말은 곧, 세법상 1 주택자로 인정받던 소유주가 갑자기 20채를 가진 다주택자로 해석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주택의 공공재적 성격을 사회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이 크다 보니, 1 주택자와 다주택자가 적용받는 조세 체계가 극명하게 다르다. 이런 상황에 처하, 단숨에 아래와 같은 세금 폭탄이 떨어진다.
주택 수만큼 취득세 부과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 적용 (공제액 절반 축소)
임대소득세 비과세 혜택 소멸
방을 쪼개기 건물은 표면적 수익률이 아무리 높아 보여도, 적발되는 순간 투자자의 발목을 잡는다. 따라서 수익성이 좋아 보여도, 불법 건축물은 애초에 접근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