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어 다행이야
“오빠, 그래도 쫌 얼굴이 나아졌다?”
김대리 앞에서 희윤은 언제나 밝았다. 본인도 똑같이 회사에 치여 살 텐데, 요즘 유난히 어두운 김대리를 위해 더 애써 밝게 빛나주는 게 느껴졌다.
“그래 보여? 사실 어제 옆팀 부장님이랑 술 한잔 했는데…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 멍하니 하루를 흘려보내지 말고, 내가 뭘 해야 행복한 사람인지 찾아보라구.”
“와, 진짜 챙겨주시는 분이 계시네. 그래서 오빠는 뭐라고 생각했어?”
김대리는 오늘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돈 고민을 희윤에게 조심스럽게 풀어냈다. 희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김대리의 손을 꼭 잡았다.
“오빠가 한 얘기들, 사실 나도 짐작했어. 부모님 얘기, 어릴 때 힘들었던 얘기… 오빠 평소에 돈 걱정 진짜 많이 하잖아.
오빠는 부자들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안정이 필요하다는 거 나도 알아. 나는 오빠가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말을 마친 희윤은 환하게 웃더니,
“오빠 고생했으니 오늘은 내가 쏜다!” 하며 닭갈비 집으로 그를 이끌었다.
김대리는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는 늘 돈에 대한 떨칠 수 없는 불안이 있었음을. 그런 마음이 오히려 부자들에 대한 반감을 만들어냈고, 청빈한 삶에 대한 비현실적 동경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김대리는 그런 불안감을 안고도 행복해질 수 있을 만큼 마음이 강한 사람은 아니었기에, 안정적인 재정적 뒷받침이 꼭 필요했다.
“희윤아, 근데 오늘 계산을 좀 해 봤거든. 내가 버는 돈을 거의 다 모아도 부자 되려면 30년이야. 나 그때 환갑이다.”
김대리는 씁쓸하게 웃었다.
“회사에만 매달리지 않고 행복하려면 자산이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방법이 안 보인다.”
희윤은 잠시 생각하더니, 김대리의 눈을 보며 말했다.
“오빠, 그럼 혼자 고민하지 말고 우리 같이 해보자. 그리고 오빠만 버나? 나도 벌잖아. 우리 어차피 앞으로 쭉 같이 살거 아니야? 응?”
김대리는 뭐라고 대답하려 했으나 목이 메어 그럴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