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황을 파악하라
다음날 출근한 김대리는 용기를 내어 메신저를 열었다.
‘부장님, 요전 날은 감사했습니다. 혹시 시간 괜찮으실 때 커피 한잔 어떠셔요?’
잠시 뒤 답장이 왔다.
‘어, 김대리 잘 들어갔지? 나도 막 마시려던 참인데, 일어날까?’
회사 아래 커피전문점은 늘 붐볐다. 둘은 커피를 주문하고, 겨우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
“부장님 말씀대로 고민을 하니 확실히 하루가 충만하게 지나가더라고요. 머리는 좀 더 아팠지만요.”
“하하 그렇지? 사무실에서 그냥 가만히 있는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재작년에 명예퇴직 거부하신 저쪽 팀 최부장님 기억나? 아무 일도 안 주고 투명인간 취급하니 결국 한 달을 못 채우고 퇴직하셨잖아. 사람이 그러고는 못 살아.”
김대리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꺼냈다.
“부장님, 그런데 새로운 고민이 생겼어요.”
마침 진동벨이 울려, 한부장이 커피를 가지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대리는 감사합니다 하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 사실 돈 때문에 많이 불안해하고 있었던거 같아요. 자라온 환경도 그랬고요.”
김대리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한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김대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그가 든든하고 고마웠다.
“부장님, 그런데 도저히 답이 안나오더라고요. 부자들은 대체 어떻게 해서 부자가 된 걸까요? 우리 같은 월급쟁이는 정말 쉽지가 않겠던데요?”
김대리는 자신도 모르게 ‘우리’라는 말을 던져놓고는 움찔했다. 술자리에서 동기에게 들었던, 한부장이 사실은 알부자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한부장은 웃으며 이야기했다.
“김대리, 자네의 고민과 불안함은 당연한거야. 게다가 오히려 긍정적이야. 자기 상황을 잘못 판단하거나 외면하는 사람들이 훨씬 위험해.
자네가 생각하는 부자의 모습은 그게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일단 먼 목표로 삼고 어딘가에 잘 적어놔. 왜 그 모습이 부자라고 생각하는지 구체적인 이유도 함께.
그 다음에, 자네의 현재 상황이나 가까운 미래를 한번 그려보는 건 어때?”
한부장의 제안에 김대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지금 저는 뭐 별로 저축해둔 것도 없고… 그려볼 만한 것 자체가 없는데요.”
한부장이 빙긋 웃으며 받아쳤다.
“김대리 자네 재무제표 전문가 아니야? 우리 회사 재무제표 공장장. 혹시 자기 자신의 재무제표를 만들어본 적은 있나?”
김대리는 순간 뜨끔했다. 나 자신의 재무제표라니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회사 재무제표는 지겹도록 찍어 내었으면서도.
“채울 게 없으면 없는 대로, 심플한 그대로를 만들어봐.
중요한 건 정기적으로 만들어서 변화를 보는거야.
아무리 작은 변화라도 뭐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는거지.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 남는 돈이 얼마나 쌓여가는지 이런걸 한번 관찰해 보면 막연하기만 한 ‘부자되기’라는 목표가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