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107]

하나보단 둘

by Kema

김대리는 퇴근 후 곧장 희윤을 불러냈다.

카페 구석에 자리를 잡자마자 노트북을 꺼냈다.


“희윤아, 나 어제 밤새 뭘 좀 해봤어.”

노트북 화면을 열자 엑셀 테이블들이 화면 가득 보였다.


“뭔데, 또 회사 일?”

“아니, 나 그리고 우리 관련된 얘기야.”


김대리는 어젯밤 만들었던 ‘재무제표’를 보여주며 차근차근 설명했다.

월급, 지출, 저축액, 그리고 지금 가진 자산들. 희윤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와 나도 회사에선 많이 만져봤는데 이게 오빠 꺼라니 신기하네.”

“응. 근데 결론은 좀 허무하더라. 지금껏 뭐했나 싶더라고.”


김대리가 머리를 긁으며 입을 열었다.



“오빠, 내 재무제표도 만들어서 같이 합칠까?”


노트북을 멍하니 바라보던 김대리의 눈빛이 희윤의 말에 흔들렸다.


“오빠가 버는 동안 나도 벌었고, 돈도 모아놨어. 그러니까 둘이서 재무제표를 합치면 훨씬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김대리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희윤의 눈빛은 단호하면서도 따뜻했다.

“그럼 통장도 합쳐서 산다는 거야?”


김대리가 조심스레 물었다.

“다들 생활비만 각자 내고 따로 모으던데…”



희윤이 웃으며 대답했다.


“오빠, 지난번에 30년 모아도 답이 안나온다고 했잖아. 근데 둘이 같이 모으면? 그거 반으로 줄어드는 거 아냐? 같이 쓰고 같이 모으면, 답 없는 문제에 답이 생기는거지!”


김대리는 희윤의 말에 가슴이 뻐근해졌다.


차갑게 보이던 엑셀 상의 숫자가 갑자기 따뜻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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